착한 고양이 알퐁소를 읽고 착한 고양이 알퐁소

도서명 : 착한 고양이 알퐁소
지은이 : 마르셀 에메
출판사 : 작가정신
‘네 살부터 일흔 다섯 살까지를 위한 동화’,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이야기’……. 이 책에 붙은 화려한 수식어들이다. 그것들을 보는 순간 나는 코방귀부터 뀔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 있어서 동화는 그저 어린이들을 위한 유치한 이야기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저 가끔 어린 시절의 향수에 젖어 찾아보는, 지금의 나와는 왠지 거리감이 느껴지는 장르가 바로 동화였다. 동화와는 거리가 먼 나, 그래서인지 이 동화를 따르는 거창한 수식어 앞에서 내 마음속에는 반감과 호기심이란 녀석들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반감과 호기심이 교차하는 순간에서 나는 끌리듯이 ‘착한 고양이 알퐁소’의 동화 세계로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이 책을 조금조금 읽어가면서부터는 처음에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느낌에 빠졌다. 이상스레 재미가 느껴졌다. 자연스…(생략)

양이는 착해!”라는 칭찬에 기뻐하며 눈이 없는 고통을 감수한다. 이제 눈을 얻은 개. 그러나 다시 찾아온 나약한 모습의 주인 앞에서 그는 마음을 강하게 먹지 못했다. 눈을 빼앗고 배신해버린 옛 주인이었다. 그러나 그 개는 다시 그 주인의 곁으로 달려나가며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는 개와는 대조되는 인간의 무정한 모습과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심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개는 그야말로 무조건적인 사랑을 그의 잘나지도 못한 주인에게 바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이어트하는 돼지라, 포동포동 살이 오른 돼지를 보면서 한번쯤 가져봤던 의문이었을 것이다. 돼지가 다이어트를 하면 어떨까? 재미있게도 이 동화 속에서 나는 다이어트하는 돼지를 볼 수 있었다. 두 소녀와 거위, 그리고 돼지는 어느 날 놀랍도록 화려한 꼬리를 지닌 공작을 만나서 그 아름다움의 비결을 듣게 되었다. 처음에 허영심으로 들뜬 두 소녀와 외양간 식구들은 그 비결을 실천하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사과씨 한알과 맑은 물 한 모금으론 도저히 살수가 없었다. 결국 그 다이어트 비법을 포기하고 대부분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유독 돼지만은 보름이 넘도록 사과씨 요법을 고집하고 있었다. 그 결과 돼지는 바싹 말라서 피부가 늘어나고 쭈글쭈글한 주름이 생긴 흉한 모습으로 돌변했다. 돼지를 보며 모두 식구들은 고개를 내저었다. 사촌언니의 예쁜 옷을 부러워하며 그들의 처지를 한탄하던 델핀과 마리네트도 그제서야 허영심이란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깨달았다. 나한테 잘 어울리는 용모를 가지는 것이 등짝에 아름다운 깃털을 뒤집어쓰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거위의 설명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나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진리를 이 동화는 말하고 있었다.
이처럼 이 동화책에는 복잡한 인간 세상을 대변하는 듯한 시골소녀들과 동물들의 생활사가 담겨있었다. 이 동화 속에서 동물은 자신의 위치에서, 또 사람 또한 자신의 위치에서 서로 어울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유치하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유치하다고 생각될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 유치함이 더욱더 나를 기분 좋게 함은 왜일까? 작은 꼬마 둘과 그의 동물 친구들이 벌이는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키를 낮추고 서슴없이 그들과 함께 어울리게 되었다. 내가 그들이 된 양, 어깨를 나란히 하고 즐겁게 뛰어 놀고 온 느낌을 받았다. 그 속에서 놀면서 배우고 깨닫고 웃었다. 그 웃음 넘치는 건강한 생활 이야기에서 삶의 교훈과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도 이 동화가 주는 또 하나의 매력일 것이다. 쾌활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볍지는 않은 동화였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세상사에 찌들어 가는 여러 사람에게 권한다면 그들도 전원의 공기 속에서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