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한 정원을 읽고 처절한 정원

책제목: 처절한 정원/출판사: 문학 세계사/지은이: 미셸 깽
‘우리의 처절한 정원에서 석류는 얼마나 애처로운가!’
이 책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비시정권 아래서 보르도 지역의 치안 부책임자 였고, 수많은 유태인을 죽음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보낸 모리스 파퐁의 재판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주인공은 초등학교 교사라는 명예로운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릿광대 노릇을 하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가 없었고, 증오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가족들과 ‘다리’라는 평범한 전쟁 영화를 보고 나서 주인공의 삼촌(가스똥)은 주인공의 아버지가 왜 어릿광대 노릇을 하며 살수밖에 없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신다.
가스똥 삼촌과 아버지(앙드레)는 2차 대전 당시 별 생각 없이 남들을 따라 레지스탕스에 가담했다. 그리고 두에역의 변압기를 폭파시키라는 명령을 따라 아무 생각 없이 매우 간단하게 임무를 수…(생략)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이들을 꾸짖어 결국 이들 모두를 살아날 수 있게 한다.
아무튼 이 4명의 인질은 두에 역의 전기공이었고, 그 변압기 폭발 사고로 온 몸에 화상을 입어 죽게 된 남자의 ‘자수’로 풀려나게 되었고, 가스똥 삼촌은 그 전기공의 아내인 니꼴과 결혼을 한다.
이 소설은 매우 짧지만, 프랑스에서는 1년 이상 베스트 셀러를 할 만큼 대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일단,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했고,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을 묘사했기 때문에, 또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은유적인 표현 때문에 그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이 책의 제목이 왜 ‘처절한 정원’일까.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정원’과 ‘처절한’이라는 말은 절대로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또 책의 맨 처음 부분에 있는 ‘우리의 처절한 정원에서 석류는 얼마나 애처로운가!’ 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비로소 그 의미를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도 ‘정원’은 인질들을 묻어 놓았던 구멍이 있는 곳을 가리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을 눈앞에 둔 인간들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며 묻혀있는 그 정원은 처절한 것이다. 석류를 보면 빨갛고 동글동글 한 게 마치 피눈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리의 처절한 정원에서 석류는 얼마나 애처로운가!’ 의 석류는 그 ‘처절한 정원’에서 죽어간 수많은 죄 없는 인질들을 상징하는 것이다.
내용에서 베르나르 비키와 앙드레(주인공의 아버지)는 광대로 나온다. 하지만 단순한 광대가 아니라 상징하는 바가 있다.
베르나르 비키는 독일 군복을 입고 있는 자신이 부끄럽다고 할 정도로 양심이 있는 사람이지만 결국엔 나치가 시키는 대로하는 나치정부의 어릿광대였다. 또 앙드레는 두에 역을 왜 폭파하는지 그 이유도 모른 채 레지스탕스에서 시키는 대로 한 프랑스 레지스탕스의 어릿광대였고, 책에는 광대로 나오지 않지만 한 사람 더, 모리스 파퐁도 어릿광대였다. 그는 프랑스 비시정부의 어릿광대로서 수많은 유태인을 학살했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50년도 넘었는데도 여전히 전쟁 범죄자들을 처리하고 있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여러 국가들과 치욕의 일제 식민지 아래서 친일파로서 자신의 민족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은 전범들의 잘못을 밝히지도, 청산하지도, 극복하지도 못한 우리나라를 비교 해 볼 때 이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정말 크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