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내친구를 읽고 철학은내친구를읽고

철학은 내 친구를 읽고
중학교 3년동안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고 할 만큼 책을 싫어하고, 또 읽지 않던 내가, 겨울방학 동안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다. 책을 아주 오랜만에 읽는 만큼, 어려운 책보다 쉬운 책이 접하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책을 골랐다. 특별히 ‘철학은 내 친구’를 고른 이유는 평소 위기철 작가를 좋아했었기 때문이다. 내가 위기철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초등학교 때 ‘생명이 들려 준 이야기’를 읽었었고, 중학교 때는 ‘아홉살 인생’을 읽었었는데, 두 권 모두 너무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이다. 두 책은 아주 쉽고, 지루하지 않았으며, 교훈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철학’이라는 어려운 단어가 마음에 걸리더라도, 이 책을 선택해서 읽게 되었다.
작가가 철학에 대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썼고, 실제로 철학이라는 어려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작가가 화자를 작가가 아닌 철학으로 놓고, 철…(생략)

우리는 ‘하얀 바탕에 검은 얼룩무늬’라고 생각하지만, 흑인들은 ‘검은 바탕에 하얀 얼룩무늬’라고 생각한다는 것, 그래서 주관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객관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 등이 있었다. 이렇게 작가가 우리가 접하기 쉽고, 재미있는 내용을 예로 들어서 거기에 철학적인 내용을 부여하니 철학이 쉽게 느껴졌다. 이렇게 웃으면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있었는가 하면, 인상 깊은 내용들도 있었다. 자신의 장미꽃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것이 아닌 똑같이 생긴 수많은 장미꽃들 중의 하나인 것을 알고 실망하는 어린왕자에게 여우가 어린왕자의 장미꽃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임을 알려주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개별성과 보편성의 의미를 알려주었다. 수많은 장미꽃이라는 보편성 중에 어린왕자의 단 하나뿐인 장미꽃이라는 개별성, 수많은 사람들이라는 보편성 중 개개인은 개별성이라는 것이 마음에 와 닿았다.
이렇게 내가 공감하는 부분이 거의 대부분이었지만,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것과 다른 부분도 있었다. 이 책의 뒷부분에 나오는 진리에 대한 것이다. 여기에서 권위는 진리의 척도와 관련이 없다는 것은 공감했지만, 명백한 것, 다수결, 그리고 당장 입증할 수 있는 것이 진리의 척도와 관련이 없다는 것은 나의 평소 생각과 약간 달랐다. 나는 명백한 것은 말 그대로 ‘명백’하므로, 다수결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것이므로, 그리고 당장 입증 할 수 있는 것은 입증할 수 있으니까 진리의 척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생각보다 작가의 생각이 옳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명백하니까, 다수결이니까 이런 식으로 단순하게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에 나온 예시를 보니 그런 것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지만 읽으면서 간혹 이건 아니다 싶은 부분도 있었다. 앞에서 말했듯이 작가가 화자를 작가가 아닌 철학으로 두어서 확실히 이해하기 쉬웠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럼으로써 어느 부분은 작가의 생각을 마치 철학이 그렇다는 것처럼 쓰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즉, 예전에 누군가가 했던 말을 비판하면서 작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서 원래 철학적으로 틀린 말인 것처럼 써 놓았다. 이런 부분은 철학이 화자가 아닌 작가 자신을 화자로 두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반면, 중간 중간에 ‘도란도란 철학 문답’이라는 코너를 만들어서 독자들이 철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좋았다. 여기서는 어떤 한 주제를 두고 독자들의 생각을 묻는 식의 내용이 많았는데, 그것을 이것 아니면 저것, 혹은 좋지 않으니까 싫은 것 이런 식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 좋았다. 이 ‘도란도란 철학 문답’이라는 코너를 읽으면서 생각을 더 신선하게 할 수 있었고, 논술에까지 도움이 되었다. 또 중간 중간에 재미있는 그림을 넣어서 책을 읽는 데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고, 책의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우리가 어렵게 생각하고, 또 싫어하는 ‘철학’에 보다 쉽게 다가가게 해 준다. 제목부터 철학 ‘친구’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형성한다. 내용에서도 우리가 보통 친구에게 하는 다정한 말투로 철학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이 위기철 작가의 ‘철학은 내 친구’는 내가 전에 읽었던 두 권의 책과는 조금 달랐다. 내가 전에 읽었던 두 책은 주인공이 있고, 주인공을 주변으로 이야기를 해 나가는 동화였는데, 이것은 작가가 철학 입을 빌려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수필에 가까웠던 것 같다. 내가 더 자라고, 아는 것이 더 많아져서 그런지, 옛날에는 한없이 재미있게 읽었던 위기철 작가의 책보다 이번에 읽은 ‘철학은 내 친구’을 더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았다. 지금까지도 위기철 작가의 책이 교훈적이고, 지루하지 않으며, 이해하기 쉬운 그런 좋은 책이었지만, 앞으로는 더 발전하여 더욱 더 좋은 책을 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