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나토노트를 읽고 타나토노트를 읽고…

타나토노트를 읽고…
저자 : 베르나르 베르베르
출판사 : 열린책들
죽음으로 떠나는 배.. 타나토노트..
어린 시절 죽음이라는 문제를 서로 공유했던 마취 전문의 미카엘 팽송과 동물학자 라울 라조르박은 임사 체험(NDE)을 경험한 대통령의 후원으로 죽음의 대륙 탐사 팀을 구성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타나토노트(thanatonaute)`, 죽음을 뜻하는 그리스어 타나토스(thanatos)와 항해자를 뜻하는 나우테스(nautes)를 합쳐서 만든 조어로 우리말로 번역하면 영계 탐사단이라고 불리운다.
비공개리에 진행될 수밖에 없는 실험의 성격상, 두 사람 외에 간호사 아망딘이 합류하여 세 사람은 은밀한 장소에서 실험을 시작하게 된다. 영계 탐사 실험은 한마디로 영혼의 우주 탐사이다. 로켓을 우주로 쏘아올리듯 영혼을 죽음 너머로 보내는 것이다.
로켓 발사대는 치과용 안락 의자, 연료는 마취제를 비롯한 갖가지 약품…(생략)

전해지자, 죽음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표변하고, 종교계로부터 영계 탐사를 중단하라는 요구가 빗발친다. 종교계의 반대에 과학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뤼생데르 대통령은 천체 물리학자인 로즈 솔랄을 타나토드롬 연구 팀에 끌어들인다. 그러던 어느 날 로즈는 탐사자 스테파니아의 영혼이 이륙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이상한 현상을 발견하는데, 그 발견이 영혼의 행로를 추적하는 장치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영혼이 육체를 떠나 가는 곳은 어디인가? 스테파니아의 영혼을 추적해 본 결과, 영혼은 태양계를 벗어나 별들의 무덤, 즉 우리 은하계 한복판에 있는 블랙홀로 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편, 단독 비행보다 훨씬 안전성이 높은 집단 비행술을 개발한 프레디 메예르가 이끄는 스트라스부르 유대교 학교의 연구 팀은 `코마 제3장벽`을 넘는 데 성공하고, 그 제3장벽 너머에는 주황색 천계가 있어 수없이 많은 영혼이 줄을 서서 기다리며 인내를 배우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된다.
이후, 이 비행술로 `코마 제4장벽`, `코마 제5장벽`을 차례로 넘게 되는데, 제4장벽 너머에서는 절대지(絶對知)의 천계를, 제5장벽 너머에는 절대미(絶對美)의 천계를 보게 된다. 미카엘과 그의 동료들은 이제 제6장벽을 넘어 기나긴 탐사의 끝을 보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던 터에, 아주 극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미카엘의 아내인 천체 물리학자 로즈가 괴한들한테 테러를 당해 식물 인간이 된 것이다. 그녀를 되살릴 수 있는 길은 하나, 저승으로 떠난 그녀의 영혼을 찾아 데려오는 것뿐이다. 미카엘은 이미 다른 탐사자들이 겪은 것과 똑같은 행로를 거쳐 마침내 `코마 제6장벽`을 넘는다. 다른 사람들은 입구에 남고 프레디와 미카엘만 들어간다. 그곳이 천국이다. 그곳은 순백의 세계인데, 영혼의 네 가지 존재 방식을 상징하는 네 강이 흐르고, 빛의 산이 있는 곳이다. 거기에는 천사 또는 보살이 있어 영혼들의 무게를 단 다음, 죄 많은 영혼은 이생으로 다시 환생케 하고 깨끗한 영혼은 빛의 산 너머에 있는 신에게로 가게 한다. 그런데, 그 빛의 산 너머에서 미카엘은 무엇을 보았을까?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읽으며 한가지 섬뜩했던 점은 만약, 주인공이 길을 걷다가 빠르게 달려오는 차쪽으로 다가서는 아이를 발견하여, 그 소년에게 어서 피하라고 소리치지만, 소년이 담담하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여기서 죽는다면 그건 이미 그렇게 정해져 있기 때문이에요.`
이 말을 들은 주인공은 황당해 한다. 할수 없이 몸을 던져 아이를 구한 주인공에게 다시 아이가 이렇게 말한다.
`내가 살아난 건 이미 내 삶이 그렇게 정해져 있기 때문이에요.`
이렇듯 우리가 사후세계가 어떠하냐에 따라서 우리가 생각하는 죽음과 삶은 큰 영향을 받는 것이다. 여기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우리에게 내세를 알려하지말고, 현세에 충실하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닐까?
죽음, 사후 세계, 모든 종교가 존재할 수 있는 하나의 구심점이라 할 수 있으며,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소재를 가지고도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죽임이 주는 느낌처럼 무겁거나 어둡지 않고, 시종 웃음을 자아내는 재치 있고, 익살이 넘치게 전개 하여, 발간되자마자 프랑스의 주요 언론들로부터 `그 어떤 공상 과학 소설보다 우상 파괴적이다`, `과학자의 진지함으로 환상가의 유토피아에 맞서 보려는 소설이다`,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밤을 꼬박 새우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 소설이다` 등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게다가 소설 `개미`에 등장한 『상대적이고도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과 같은 형태로 소설의 중간중간에 삽입된 『죽음에 관한 한 연구』는 각 나라, 각 민족에게 전해 내려오는 죽음의 신화나, 종교적 비전 등이 수록되어 있어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 특유의 백과사전식 구성이 돋보이게 했다. 또한 원과 그 원의 중심점을 펜을 떼지 않고 그리는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미묘한 수수께끼를 통한 이야기 전개와 독자들에게 죽음의 정체를 푸는 실마리를 안겨 주는 긴장감을 주기도 한다. 소설 `개미`, `개미 혁명`에 이어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재치, 다방면에 두루 걸친 해박한 지식에 놀랐을 따름이다. 그리고 그만의 독특한 소설 전개 방식에 큰 흥미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