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기를 읽고 탈출기

`탈출기`를 읽고
`탈출기`는 최서해라는 작가가 지은 소설이다. 1920년대에 지어진 이 소설은 식민지하의 가난한 삶의 고발과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저항을 다룬 소설로써,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하되 과거의 삶을 회고하는 허구적 시간이 배경이 되며 공간적으로는 만주 간도 일대가 배경이 되고 있다.
이 소설은 `박군`이 `김군`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글을 쓰는 주인공인 나, `박군`은 현실문제에 부딪혀 극복하고자 하는 적극적 인물로, 그의 아내는 수줍음을 타는 전형적인 순박한 농촌처녀로 묘사되었다.
`박군`은 5년 전에 고향에서의 가난과 절박한 생활에 찌든 몸을 이끌고 어머니와 아내와 함께 간도를 떠나왔다.
`간도는 기름진 땅이 흔하여 어디를 가든지 농사를 지을 수 있고, 쌀도 흔해질 것이다. 내가 황무지를 개척하여 무지한 농민들을 가르쳐 이상촌을 건설하리라.` 하는 야심찬 포부와 함께 간도에…(생략)

울던 `박군`은 이를 꽉 깨물고 밖으로 나간다. 삼원을 주고 대구 열 마리를 사고 산골 마을로 다니며 그것을 콩 한 말과 바꾼다. 그래서 그 콩을 가지고 두부장사를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두부장사도 걸핏하면 애써 갈아 놓은 비지가 뜬 김 속에서 쉬어 버렸다. 그저 가슴을 뜯으며 우시는 어머니, 울듯 울듯 머리를 숙이는 아내, 젖을 달라고 빽빽 우는 어린아이... `박군`은 이 상황이 절망적이기 그지없다.
울며 겨자 먹기로 괴로운 대로 또 두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렇게 저렇게 하여 겨울은 점점 깊어 가고 `박군`은 충실한 노력으로써 살려고 애쓴 자신에게 왜 이러한 현실이 오게 되었는지 비관하게 된다.
`박군`은 자신은 이제껏 현실에 속아 살아왔다고 생각하며, 아무리 노력하여도 충실하여도 생의 만족을 느낄 날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XX단에 가입케 되었으며 밤낮을 헤아리지 않고 벼랑 끝보다 더 험한 X선에 서게 된 것이라고 `김군`에게 말한다.
처음 시작이 `김군`이 `박군`에게 그것은 옳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충고하며 시작하는 만큼 `박군`이 그 이유를 회상하고 설명하며 마치게 되는 것 같다.
이 소설을 읽고 정말 앞이 깜깜하고 보이지 않았을 것만 같던 우리 조상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딜 가도 자신들을 반겨주는 이 하나 없고 일자리도 구할 수 없었던 우리 조상들은 그것 밖에 선택할 길이 없었을까?
솔직히 나는 결국 결말이 되어버린 `박군`의 XX단 가입과 X선에 서게 된 것이 무엇을 뜻하고 어떻게 되었다는 것인지 잘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김군`이 `박군`에게 충고하는 편지글로 봐서, XX단 가입과 X선에 서게 된 것이 `박군`에게 매우 위험한 일이고 중요한 결정이었다는 것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글을 쓴 작가 최서해(최학송) 작가는 극심한 빈곤 속에서 허덕이며 32세의 일기로 요절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그의 작품은 거의 인간의 빈궁과 비참을 드러내는 것뿐이라고 한다. 그는 "나는 이 세상 사람과 같이 그렇게 미적지근한 자극 속에서 살고 싶지 않다. 쓰라리면 오장이 찢기도록, 기꺼우면 3백 64절골이 막 녹듯이 강렬한 자극 속에서 살고 싶다." 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런 그의 말 속에서 그의 열정에 괴인 눈을 잠시나마 마주할 수 있다. "서해의 출현은 혜성과 같았다" 라고 말하듯이, 그는 당대 신경향파 문학의 한 시대를 크게 획한 작가요 그만큼 문단의 행운아고 선구자였다고 한다. 비록 32세의 짧은 생을 마감한 그지만, 우리나라 소설문학의 역사에 크게 한 획을 그었던 그이니만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주는 작가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