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아이를 읽고서 독서독후감 태양의 아이

태양의 아이
차가움이 무척이나 싫었던 나의 특별한 취미는 햇볕 쬐기이다. 늘 그 자리에서, 넓은 가슴으로 감싸 주는 따뜻함이 좋아, 나는 종종 태양에 온 몸을 내맡기곤 한다. 내게는 남들보다 더 의미 깊은 ‘태양의 아이’라는 특별한 명칭도, 후짱에게는 아깝지가 않다. 늘 감싸 주고,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 주는 태양처럼 후짱은 모두에게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다.
삐뚤어졌던 기요시도, 마음의 병을 안고 있는 후짱의 아빠도, 후짱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은 6학년밖에 안 된 후짱에게서 위로를 받는다. 어부바로 등하교를 할 만큼 때론 어리고 귀엽기만 한 후짱이지만 누군가에게 태양이 되어 주는 모습은 부럽고도 대단하다.
세상은 착하고 마음 따뜻한 사람에게 더 많은 시련을 준다고 한다. 애석하게도 오키나와 사람들이 그러하다. 모두가 사랑하는 오키나와가 그 아름다움에 비해 비극적인 전쟁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생략)

그 누구에게도 손을 내밀지 않았기에 그 누구도 잡아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자신을 내 자신도 감싸 주지 못했고, 결국 상처받은 내 마음 속 어린아이는 더욱 깊숙이 꽁꽁 숨어 버리고 말았다. 세상에서 받은 상처를 혼자 견뎌 내려 했기에 삐뚤어져 버린 기요시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남 일 같지가 않았다.
언젠가 ≪얘들아 너희들이 나쁜 게 아냐≫라는 책을 읽은 기억이 난다. 내로라하는 문제아인 그들은, 실상 순수하기 짝이 없다는 사실에 놀란 적이 있다. 그 책에서 만난 아이들과 기요시는 닮은 점이 많았다.
흔히 불량 학생이라 불리는 그들은 나이에 맞지 않게 거칠기 짝이 없었고, 세상에 싸우기에는 너무 작은 몸임에도 불구하고, 남들에게는 ‘나쁜 짓’으로 보이기도 하는 온갖 방법으로 그들은 세상과 맞섰다. 기요시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은 차가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기요시에게 말 못할 상처가 있던 것처럼, 그들 또한 그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상처를 안고 있었다. 그 나이에 맞지 않는 거친 모습도 사실은 상처받은 마음 속 어린아이를 꽁꽁 숨기기 위한 자기 방어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상처를 감싸 주고, 그들을 이해해 주는 미즈타니 오사무, 밤의 선생님을 만나고 드러난 그들의 진짜 모습은 그 누구보다 맑고 순수했다. 강한 척 더욱 삐뚤게 세상에 맞선 그들이었지만 따스함 앞에선 순수하고 여린 어린 아이에 불과했던 것이다.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찼던 기요시를 바꾼 건 후짱이었다. 물질적인 편안함과 표면적인 위로가 아닌 ‘태양의 아이’다운 그 아이만의 따뜻함과 진실함이 얼어붙었던 기요시의 마음까지 녹여 준 것이다. 그들과 기요시 그리고 불량 학생이라 불리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그들’ 모두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에게 미즈타니 오사무 선생님이 나타나 준 것처럼, 기요시에게 후짱이 나타나 준 것처럼 내게도 내 마음을 녹여 준 태양의 아이가 있다. 나보다 키도 작고 여린 친구지만 그 아이의 따뜻함은 참으로 거대하게 다가왔다. 우연한 기회에 내 이야기를 하게 되었을 때 그 아이의 진심어린 태도는 내 마음을 흔들었고, 쓰러지듯 울고 있던 내게 다가와 걱정스런 눈빛으로 눈물을 닦아 주던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있는 그대로의 서툰 내 모습을 이해해 주고, 울고 있는 내 눈물을 닦아 주고, 가족들조차 안아 준 적 없는 날 안아 주고, 늘 따뜻하게 감싸 주는 모습에 차갑게 식어 버렸던 내 마음도 어느덧 사르르 녹아 버렸다. 후짱만큼이나 진실하고 따뜻한 나의 ‘태양의 아이’ 덕분에 꽁꽁 숨어 있던, 사실은 따뜻함이 간절했던 내 마음 속 상처받은 어린아이도 더 이상 혼자 울지만은 않게 되었다.
후짱은 말한다. “좋은 사람일수록 이기적인 인간이 될 수 없으니까 아프고 고통스러운 거지.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남의 아픔을 자기의 아픔처럼 느낄 수 있다는 점이겠지. 어쩌면 좋은 사람이란 자기 안에 남이 살게 하는 사람인지도 몰라.”
내가 그랬던 것처럼, 후짱의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냐≫라는 책의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누구나 크고 작은 마음의 병을 안고 살아간다. 이유가 다르고 그 아픔이 다르지만 분명한 건 사람의 따뜻함만이 그 상처를 치료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태양의 아이’가 되어 주고, 자기 안에 남을 살게 하는 따뜻한 마음을 갖고 서로 사랑할 때 비로소 우리는 마음 속 깊은 병까지도 깨끗이 떨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