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를 읽고나서 토지 독후감 토지

한 해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망설였던 두꺼운 책 표지를 넘긴 첫 장에,
구한 말 혼란스러웠던 시국과 무관한 평화로운 시골 마을이 가을을 맞고 있었다.
그러나 평사리에서도 역시 세파를 무시할 수 없었던 걸까?
사랑한다는 이유로 구천이와 별당아씨의 도주는 평사리의 평화를 깨뜨렸을 뿐 아니라 그로 인해 살인사건, 최참판댁 재산이 빼앗기는 등 많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용서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별당아씨 사후, 구천이-김환은 아노미현상으로 말로를 지었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 말라고 이미 한 가정을 이룬 별당아씨와 굳이 김환은 이루지 못할 사랑을 이뤄야만 했을까?
그래서 용이는 월선이를 사랑했음에도 역리할 수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렇긴 해도 사람이 너무 숙맥이지 않은가?
월선이와 결혼을 못했으면 강청댁한테 잘해야지 이도저도 아닌 미…(생략)

겨 장성한 후에도 그 애 티를 벗지 못하니 정말 딱했다.
월선이처럼 기화도 이상현을 용서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양현이와 아편쟁이로서의 여생,
따지고 보면 그 탓은 이상현이 기화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길상이 만주로 떠나기 전 기화-봉순이를 잡았던들 봉순이는 버림받은 기생, 기화가 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여자관계가 상당히 복잡했던 이상현은 중국 어느 후미진 골목에서 오늘도 회한에 잠겨 술잔을 기울이다 바람쐰답시고 한바탕하지는 않을지...
나도 기화의 그 안쓰러움을 조금이나마 느껴본다.
이상현 뿐만 아니다. 이상현의 동료 서의돈,황태수,유인성등 젊은 혈기를 가진 사람들은 제각기 남다른 포부를 가졌다.
하지만 이들이 탁상공론에만 머물렀던 것은 실천할 생각도 안하고 그저 기방에서 술잔 기울이기만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