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의 아이들을 읽고서 티베트의 아이들

티베트의 아이들
망명 티베트인들이 모여 사는 인도의 각지에 있는 티베트 어린이 마을을 직접 방문하고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의 교육현장에서 보고 느끼고 체험한 것을 진솔하게 엮은 책이다.
달라이 라마 성하께서도 늘 강조하시듯이, 티베트의 미래는 바로 그 어린이들에게 달려있는 만큼 그러므로 티베트 어린이들의 교육이야말로 그들이 다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취재기는 더욱 의미심장하다 하겠다. 아마도 외국인으로써 그것도 한국사람으로써는 처음으로 직접 발로 뛰면서 취재하여 우리의 생각과 느낌으로 그들을 만나고 느끼고 생활한 모습을 전하고 있는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보석같은 귀중함을 담고 있다.
책의 저자 정희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시와 소설을 공부했다. 졸업 후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명상잡지를 만들다가 인도 여행을 떠났다. 티베트 스승이 내려준 이름은 …(생략)

화신이라 믿는데, 왜 그는 중국의 손아귀에서 티베트를 구하지 않는 걸까??? 소년이 대답했다. ??달라이 라마의 자비와 사랑 안에서 티베트인과 중국인은 똑같이 소중한 존재예요. 만약 달라이 라마께서 신비한 능력을 보여 중국인들에게 해를 끼치고 티베트의 독립을 얻는다면 어떻게 그가 살아 있는 부처님일 수 있겠어요???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후원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티베트 어린이 마을??은 티베트인들의 자치 구역으로 달라이 라마의 정신적 지도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책은 그 곳에서 어떤 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며,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며,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를 잘 알려주고 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티베트 어린이 마을 학교엔 우리나라 유학생도 있으며, 유럽에서 건너온 학생과 그 가족도 함께 살고 있다.
부끄럽지만 나는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몇번이고 코끝이 시큰해져서 지하철안에서 눈시울을 훔치곤 했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엄연한 자신의 땅을 놔두고 이국에 나와 더부살이하며 고생하는 티베트 사람들의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오와 반목보다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존경심과 자비를 가르치는 티베트 사람들로 인해 그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꿈을 갖고 맑게 자라나고 있는 그들의 아이들, 그러한 모습에서 어떤 감동이 절로 전해지는 것이었다. 물론 저자의 유려한 문체와 절제된 감상의 묘사 또한 그러한 감동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마치 내가 그들 옆에서 함께 생활하고 묻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생생한 느낌으로 전해졌다. 때로는 가슴절절한 사연에 눈물이 나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의 교육현실을 뒤돌아보게 하는 따끔한 교훈에 무릎을 탁치게도 만들었던 이 책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그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 책이 단지 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본 어떤 이국적인 세상에 대한 기행문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통해 우리가 이미 잃어버린 것들과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을 일깨워주는 참된 교과서의 전형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언제나 적절한 질문과 감상으로 우리가 평소 알고 싶었고 묻고 싶었던 것들을 대신해준 저자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이렇게 되면 글속에서 전해지는 저자의 그간의 고생스러움은 이미 고생이 아닌 부러움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렇듯 우리를 대신해서 기꺼이 그러한 고생스러움을 감수하면서 맑고 깨끗한 이야기를 전해줄 분들이 우리 주위에 많이 계시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