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를 읽고 토지

토지
난 원래 긴 소설을 싫어 할 뿐더러 웬만하면 `좀 오래되었다` 싶은 책들은 잘 읽지 않는다. 그런 내가 5부작 16권으로 된 소설 `토지`를 읽게 된 이유는 그다지 거창하지 않다. 우연한 계기, 오기의 발동으로 읽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안겨 주었다. 처음엔 담담하게 읽다가 점점 토지의 묘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마지막을 읽고 책을 덮는 순간엔 가슴 깊숙한 곳에서 `내가 오랜만에 감동이란 것을 느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토지`는 내용도 길고 배경이 참 광범위하다. 구한말부터 해방 때까지 우리 민족이 살아온 다양한 삶의 모습이 압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이는 `토지`를 `한의 민족사`라고도 했고, 또 어떤 이는 `인간 사슬, 욕망의 서사시`라고도 표현했다. 난 토지를 `무엇이다` 라고 말할 수 없지만 우리 민족의 한과 삶을 그려 놓은 것이라는 생각만은 분명하다.
`토지`는 최참판 댁을 중심으로 이…(생략)

라고 느껴졌다.
또 하나의 인물은 상의라는 내 또래의 고등학생이다. 상의는 여러 가지 갈등을 겪게 되는데, 그 당시는 전시였고 일본인 학생, 사감과의 갈등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와 상하 수직적인 관계에 놓인 채 학교 생활을 해야 했다. 나라면 그 상황을 이겨낼 수나 있었을까..! 아마 좌절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침착하게, 이성적으로 그런 갈등을 모두 잘 이겨냈고 정신적으로 성숙할 수 있었다. 나는 상의와 나 자신을 비교해 가면서 스스로를 돌아보았고 내가 그처럼 될 수 있길 바랐다. 난 이들이 정말 토지의 참 주인공이고, 이 시대에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바른말을 거리낌없이 할 수 있고 때로는 남에게 한없이 관대한 사람들, 이들이 너무나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을지라도 `토지`라는 소설을 잊을 수 없게 해준다.
그런데, 그렇게 내가 배워야 할 것이 많았는데 솔직히 내가 너무 성급히 읽었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반년 동안 읽은 토지를 박경리 님은 25년 동안 수많은 일을 겪으며 쓰셨다고 한다. 그래서 언젠가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토지`가 우리 민족의 삶의 터전이란 것을 감동적인 수많은 이야기로 충분히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대단하다는 생각만 든다.
`토지`를 통해서 우리 민족은 어떤 역경이든 이겨내는 정신이 살아있는 민족이었음을 새삼 느끼며 앞으로 우리가 만날 미래에도 우리 민족만이 가진 정신력이 발휘되었으면 한다. 소설 속에 묘사되어 있는 우리의 전통 문화에 대해서도 우리 젊은 사람들이 많이 이해하고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좋은 글 읽게 해 준 작가에게 고마운 생각이 들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려울 때마다 `토지`속에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의 태도를 지침 삼아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