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이야기 하치이야기

`하치이야기`를 읽고
세상에는 많은 충견들이 있다. 자기 주인의 목숨을 구한 개, 주인의 말을 잘 듣는 개, 범인을 잡는 경찰견, 맹인을 안내하는 안내 견 등,, 아주 많이 있다. 이런 개들 못지 않게 기특한 개가 한 마리 있다. 주인을 죽을 때까지 기다린 개 `하치!`
우에노교수는 그의 후배에게 아키다 견 한 마리를 구해달라고 부탁했었다. 전에 키우다 죽은 콘스케라는 개 때문에 많이 가슴아파 했던 우에노 부인은 결사 반대였지만 말이다. 아무튼 훌륭한 아키다 견인 `하치`는 일본 어느 농가에서 태어나 우에노교수의 후배를 통해 우에노 교수에게 전해졌다. 우에노교수에게 왔을 때 하치는 아주 어린데다가 오랜 시간 기차를 타고 와서인지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우에노 부부는 죽은 줄 알았다! 그런 하치를 정성스레 보살펴 살린 것이 우에노교수였다. -다리가 팔(八)자였기 때문에 우에노 교수는 `하치`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런…(생략)

개가 최고라며 아메리카 코커스파니엘이라는 종을 샀다. 이름은 핑키. 처음에 그 녀석을 살 때는 그렇게 산만하고 먹성 좋은 앤지 몰랐다. 그리고 3개월 밖에 안됐는데 크기도 제법 컸었다. 집에 데려왔는데 카페트 에다 실례를 하고도 날뛰고 돌아다녔다. 불쌍했지만 할 수 없이 베란다에 묶이는 신세가 되었다. 베란다 샷시를 통해 내게 보내는 풀어달라는 의미의 불쌍한 눈길도 어쩔 수 없었다. 엄마는 그 녀석을 만지는 걸 무지 싫어했다... 키우다 보니 점점 커져서 어쩔 수 없이 아빠의 부대로 데려가서 마당에 키웠는데, `하치`와 같은 종인 아키다 견 한 마리와 함께였다. 우리 가족이 핑키가 잘 있나 보러 갔을 때 엄마는 그 광경을 보고 아키다 견에게 웬 똥개와 우리 핑키를 -엄마는 핑키의 혈통에 대해서만은 자랑스러워했다- 같이 키우냐며 불만이셨다. 그리고 핑키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인 수박을 쪼개서 던져주었다. 옆의 아키다 견... 처절한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본다.. 너무 불쌍했다. 불쌍한 나머지 나는 엄마에게 저 개도 먹고 싶을 텐데 한 조각 던져 주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엄마도 괜찮았는지 수박을 던진 순간!!! 핑키가 그 한 조각을 양보하지 못하고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끔찍하게 그놈한테 물리고 말았다. 피가 났다. 정말 불쌍했다. 나쁜 아키다 견... 난 그 때까지만 해도 아키다 견이라고 하면 정말 끔찍해했다. 그런데,, 여기에 나오는 아키다 견은 전혀 다른 종류의 개 같았다. 하치는 의젓하고 도도한 개였다. 하치 덕에 아키다 견에 관한 오해를 풀 수 있었다.
우에노 교수와 하치가 평화롭게 지내던 중, 우에노 교수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하치는,, 우에노 교수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매일 마다 역으로 마중을 나갔다. 하치는 문을 열고 활짝 웃으며 하치를 반기는 우에노 교수를 기다렸을 것이다. 그러나 교수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우에노 부인은 치즈코라는 딸이 얼마 전에 시집을 갔을 뿐더러 교수까지 세상을 떠나자 우울한 나날들을 보냈다. 그래서 하치를 친척집에 맡기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버렸다. 그러나 하치는 친척집에서 탈출하여 교수를 마중 나왔다. 데려다 놓으면 다시 나가고, 또 나가고,, 원래 친척집은 별로 개를 좋아하지 않던 터라 예전에 우에노 교수를 알던 기쿠씨가 하치를 맡게 되는데,, 그 마저 세상을 떠나 하치는 떠돌이 개 신세가 되어서도 우에노 교수를 마중 나갔다. 거의 십 년을 가까이 우에노 교수를 기다려온 하치는 점점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람들도 하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신문기사도 났다. 신문기사를 본 우에노부인이 하치를 데려다 키울 생각으로 하치를 찾아 왔지만 하치는 우에노 부인이 자신을 데려갈 거란 것을 알자마자 도망을 갔다. 숨어 있던 탓에 몇 일을 굶은 데다 동네 개들에게 공격을 당한 하치는 그만 겨울에 교수를 기다리던 그 자리 -문에서 다섯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하얀 눈 무덤이 되어 다시는 볼 수 없었다.
나는 참 참을성이 없는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요즘 아이들은 정말 참을성이 없다. 학교에서 조회를 할 때에도 단 몇 분을 서 있는 것인데 몸을 비비꼬고, 컴퓨터를 하다가 느리기라도 하면 그새를 못 참고 마우스를 눌러대고, 공부도 한시간을 꾸준히 앉아 하지 못하기도 한다. 어른들도 그렇다. 뭐가 그리 바쁜지 교통질서가 엉망이다. 새치기, 신호등무시, 과속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지만. 요즘 사람들을 보면 참 한심하다. 개인 `하치`도 십년 동안이나 자신의 주인을 기다렸는데,, 정말 요즘엔 사람이 개만치도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참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도 참을성이 참 없는 사람이다. 기다릴 줄도 모르고, 약속을 지킬 줄도 모른다. 하지만 `하치이야기`를 읽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참을 인!!! 내 평생 생활 신조가 될 것이다. `하치`처럼 십년동안이나 기다리는 것은 무리인 것 같고, 매사에 참을성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개 길러보기! 나는 언젠가 한번 개를 길러보고 싶다. 어렸을 때 개를 기른 사람은 정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정이 없나보다. 만약 내가 나중에 커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면 꼭 개를 한번 쯤 길러볼 기회를 주고 싶다. 그리고 그때 키울 개는 핑키 같은 원래 천성이 멍청하고 말도 안듣고, 천방지축인 개보다. 눈치 빠르고 `하치`같은 말 잘듣는 개로 한번 키워보고 싶다. `하치이야기`라는 책은 두 번을 읽었어도 다시 읽고싶을 정도로 내용도 간단하고 짧고,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정말 나한테 딱 맞는 책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