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마을 사람들을 읽고나서 독후감 학마을사람들을읽고나서

학마을 사람들을 읽고나서...
이범선
이 ‘학마을 사람들’이란 단편 소설은 중학교 때 한 번 접해본 경험이 있는데, 그 때는 내용의 반 정도를 읽다가 덮었었던 것 같다. 책을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내 성격 탓이었던 것 같다. 이번에 수행평가 과제를 받게 되어 다시 한 번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는데, 이번 기회에 모두 읽어보겠다는 다짐을 하고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게 되었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어내려 가는데 그 와중에 이 소설에서 그 때와는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이 소설이 단순한 줄거리 이외의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나의 몸만큼이나 나의 머리, 즉 생각하는 능력 또한 성장하게 된 것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차츰 차츰 읽어내려 가면서 왜 진작 이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았는가에 대한 후회감과 지금이라도 읽게 되었다는 것에 대한 즐거움의 감정이…(생략)

죽인다. 그 후 얼마 있지 않아 인민군이 우리 군에 의해 후퇴하게 되고, 마을 사람들도 부산으로 피난을 갔다, 다시 돌아온다.
이렇게 수많은 기쁨과 슬픔과 고통이 교차하며 어지러운 상황이 학마을에 펼쳐질 즈음, 한국 사회에도 어지럽고 고통스러운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는 점을 보고 서두에서도 언급했던 우리의 시대상황과 학마을 사람들의 앞에 펼쳐진 상황이 닮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단순한 줄거리 이외의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 것이다.
그들이 다시 돌아온 마을, 학나무와 이장영감의 집이 새까맣게 타있었고, 무너진 집 아래에서 바우를 기다린다며 마을을 지킨 박훈장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를 알게 된 이장영감 역시 그 자리에서 쓰러지며 ‘학나무를...’이라는 유언을 남긴다. 덕이와 봉네, 그리고 마을사람들이 산에서 이장영감과 박훈장의 장사를 치르고 내려올 때, 봉네의 품에는 작은 애송나무 한 그루가 소중히 안겨있었다.
소설을 읽는 내내 가슴이 찡하였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나도 이 소설을 초등학생이든지 연세가 지긋하신 노인이든지, 한국인이던지 한국인이 아니던지... 그 누구라도 읽어 보게 된다면 나와 같은 가슴 찡한 감정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학을 통하여 우리 민족의 기쁨과 슬픔을 너무나도 잘 와닿게 그리고 있었다. 윤리시간이나 역사시간에 우리 민족의 치욕의 역사를 배울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물론 윤리시간이나 역사시간에 배운 우리 민족의 치욕의 역사가 가슴으로 와 닿지 않았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딱딱한 수업과 시험과 직결된 교과서 이론에서는 느낄 수 없던 것을 느꼈다 고나 할까? 역시 이런 것이 문학의, 곧 예술의 힘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어쩐지 그 고통과 슬픔들이 내 가슴 어딘가를 쿡쿡 찌르는 것 같았고, 아무 잘못 없는 우리 민족을 괴롭힌 일본과, 우리 민족에게 동족상잔의 아픔을 겪게 만든 외세에 대해 더욱 더 미워하는, 또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어 났다. 우리나라 다른 사람들도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겠지?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는 주장,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잘못이 없다고 발뺌하며 사과하지 않는 등의 몰상식한 일본의 태도의 화를 내는 우리나라 사람들과의 하나 된 마음이 내 마음 한 편에도 자리 잡았다.
학이라는 상징적인 존재는 마을 사람들이 하나가 되게 해주는 공동체적인 삶의 의식을, 또 일제의 탄압과 광복, 6·25때의 우리 민족과 국가의 기고한 운명을 나타내 주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소설을 읽는 내내 학이 돌아오면 내심 기뻐하고 안심하게 되고, 학이 떠나고, 또 죽게 되면 가슴 졸이며 또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를 걱정하곤 했다. 남들이 내가 책을 읽는 내내 나의 표정을 관찰했다면 배꼽을 잡고 뒹굴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소설에서 학이 오고 가는 것에 우리 민족과 국가의 기쁨과 슬픔이 잘 묻어나게 표현한 점이 가장 인상 깊었고, 특히나 소설의 마지막에 봉네가 마을의 학나무로 쓸 작은 애송나무를 품고 가는 장면에서, 마을을 다시 재건하여 보겠다는 마을사람들의 강렬한 의지와, 그와 동시에 일제의 탄압과 동족상잔의 아픔으로 쓰러졌던 우리 민족이 강렬한 의지로써 그 아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다는 의지적 자세와 열렬한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먼 옛날이야기와 같은 우리 민족의 역사를, 이 소설을 통해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었고, 또한 나의 애국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번을 계기로 또 다른 면에서, 예를 들자면, 이북작가가 쓴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접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 바이다. 그것이 시가 되었든, 소설이 되었든 문학, 아니 예술의 힘으로써 그러한 주제를 다룬 작품이라면 지금 당장 접해볼 의향이 있고, 앞으로 언제라도 접해보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