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새

티티새
우리 집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혀있는 `티티새` 라는 책의 책장은 낡아서 너덜거린다. 책의 날카롭게 각져있던 부분이 무뎌진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초록색 끈으로 된 책갈피마저 위태롭게 끊어지려고 한다.
`티티새`는 그만큼 내가 애독하는 책이다. 몇 번이나 읽었는지 셀 수 없을 정도로 읽고 또 읽어도 전혀 질리지 않고 오히려 크게 감동받는, 그런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츠구미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해 (정확히 무슨 병인지는 나타나있지 않다)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이 응석을 받아주다 보니 아주 밉살스러운 여자아이가 되었다. 그런 츠구미의 사촌인 마리아는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츠구미와 싸우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더할 나위 없이 친한 사이가 된다.
츠구미는 사랑하던 강아지를 물에 빠뜨려 죽게한 마을 불량배들을 얼굴만 남겨놓고 생매장할 생각으로 일을 꾸미다가 그…(생략)

한 울림을 만들어냈다.
한없이 작은 티티새의 맑고 커다란 울음소리처럼 지병 턱에 한없이 가냘퍼진 츠구미가 주위 사람들에게 준 영향은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혹시나 츠구미가 죽게 되어 그 퉁명스런 말투를 듣지 못 하게 되면 어떡하나 하고 매우 조마조마했다.
살면서 항상 죽음이란 어두운 문을 바라보며 살아야 했던 츠구미. 그리고 그런 츠구미에게 밝은 세상과 희망을 보여준 마리아, 요코, 쿄이치 그리고 포치와 겐고로라는 강아지들까지.
서글프지만 아름다운 여름 바닷가를 생각나게 하는 멋진 주인공들을 만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구절을 적어본다.
"인생은 연기, 라고 나는 생각했다. 의미는 똑같아도, 내게는 환상이라는 말보다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그 저녁, 사람들의 물결 속에서 아찔하도록 그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한 사람의 인간은 온갖 마음을, 모든 좋은 것과 더럽고 나쁜 것의 혼재를 껴안고, 자기 혼자서 그 무게를 떠받치고 살아가는 것이다. 주위에 있는 좋은 사람들에게 가능한 한 친절을 베풀 수 있기를 바라면서, 혼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