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읽고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읽고..
소설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이지만 류시화라는 이름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느낌이었다.
책 앞쪽의 설명을 읽고서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쓴 사람이라는 걸 알고 왠지 반가웠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은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아마도 그 이야기를 알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 사실 하나만으로 내가 류시화라는 작가와 알고 지내는 사이처럼 느껴져서 아는 사람의 여행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이 책은 작가가 10년 동안 열 차례에 걸쳐 인도를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을 써놓은 책으로 수많은 가지각색의 일화를 모아놓은 것이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는 인도에 대해 아주 조그만 지식밖에 얻지 못했겠지만 직접 가서 그러한 일들을 겪은 듯한 느낌을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가…(생략)

것이다. 그것도 분명히 그들이 잘못한 것인데 억지를 붙여 설명을 하고 결국엔 노 프라블럼이 되는 것이다.
처음엔 나도 그게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버스 표를 사오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상대방을 죽일 뻔 하는 실수를 저지르고도, 기차가 무한정 연착을 해도, 노 프라블럼이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조금씩 인도를 알아가고 인도인들을 이해하게 되면서 막연하게나마 그게 어쩌면 옳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죽을 뻔했지만 죽지 않았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게 맞는 말이지 않을까.
또 자신들도 가진 거 없고 배고프지만 낯선 여행자를 위하고 걱정하고 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늦은 저녁에 이 낯선 여행자를 위해 온갖 먹을 것을 내와 나무 밑에서 조촐한 잔치를 만들어주는 등, 가진 것 없어도 인정이 넘치는 이웃들이었다.
인도를 비난하는 작가의 말을 듣고도 여인숙으로 직접 찾아와 코코넛 열 개를 선물한 우체국 직원, 혼자 호텔에서 아파하는 작가를 살려준 인도소년, 한 번 적선한 대가로 닷새동안 빠짐없이 아침마다 방 앞에서 피리를 불어준 노인 등등.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떻게 생각하면 억지라고 할 수도 있지만 깊은 깨달음을 준 많은 사람들..
그들이 인도 여행자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무엇보다 인상깊었던 사건은 ‘480원어치의 축복’이라는 소제목이 달린 일화였다. 작가가 탄 버스에 누더기를 걸친 늙은 성자 한 명이 무임 승차를 하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그는 작가를 발견하고는 그대를 만나려고 이 버스를 탔으니 내 대신 벌금을 물으라며 당연하다는 듯이 아주 당당히 말한다. 거절하는 작가에게 그까짓 5루피는 진정 그대의 소유가 아니라 잠시 보관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더 이상 싸우기 싫어서 결국 5루피를 대신 내 준다. 그러자 그 늙은 성자는 그의 옆자리에 앉아 쉬지 않고 신에 대한 얘기를 하면 돈을 내면 자신이 축복을 내려 신을 만날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한다.
총 16루피 (480원)를 내고 히말라야 산중을 달리는 도중에 길고 유창한 축복의 말들을 듣게 되고, 버스안의 승객들에게 우렁찬 박수갈채를 받으며 인생의 절망과 슬픔에 젖었던 그는 마음이 한껏 밝고 여유로워지게 된다.
어떻게 생각하면 역시 말도 안 되는 사기일 수도 있다. 현재의 우리나라에서 만약 이런 사람이 있다면 사기꾼으로 곧장 경찰서로 끌려갈 일이다. 그렇지만 인도의 모습을 이해하고 이런 일을 멋지게 받아들여 결국 정말 축복을 받은 것처럼, 아니 축복을 받은 작가가 참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그는 이 글 제일 뒤에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인도를 열 번이나 여행한 것이 아닐까.
우리와 다른 나라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런 일들을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마 두 번 다시는 인도에 가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다 여행을 꿈꾼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고 특히 여유만 있다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하고 싶어할 것이다. 실제로 이번 여름방학 기간에 해외로 나간 사람이 우리나라에서만 18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또 그 중 대부분은 아름답고 깨끗한 유명한 곳을 여행하기를 꿈꾼다.
그런데 왜 류시화씨는 굳이 인도라는 나라를 택했을까.. 손으로 밥을 퍼먹고 소매치기들이 판을 치고 강한 냄새 때문에 음식 먹기도 힘들고 또 화장실에서 휴지대신 왼손을 사용한다는 나라인데 말이다.
“크게 포기하면 크게 얻는다” 이 책 속의 어느 인도인이 한 말이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인도인들은 내가 이제껏 알아왔던 사람들과는 다른 그 사람들이 가질 수 없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 다른 사람의 것을 욕심내지 않고 다른 이를 먼저 생각할 줄 아는 고운 마음 씀씀이, 급박하고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가지는 여유로움과 말도 안 되는 듯 보이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는 그들만의 철학 사상... 이런 것들 때문에 류시화씨가 그 많은 고생을 하면서도 열 번이나 인도를 찾은 것 같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 현재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일인 것 같다.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현대인들은 마음까지 삭막해지기 십상이고 사실 그런 것 같단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남이 조금만 잘못하면 이해해주기는커녕 비난하기 바쁘고 자신이 실수하면 남의 탓으로 돌리기 일쑤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인도인들에게 배울 점이 정말 많다.
그들의 “노 프라블럼” 정신이 특히 그렇다. 물론 운전사가 자기의 사소한 볼 일 때문에 연착시킨다거나 하는 것은 현재 우리 사회의 상황에서는 말이 안되고 또 있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어느정도는 그들의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본받아야겠다.
그렇게 될 때 우리사회는 한결 더 따뜻하고 아름다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