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카프카 해변의 카프카2

<독후감>
해변의 카프카...
나는 개인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좋아하지 않는 정도는 넘어서서 거의 싫어하는 수준이다. 하루키의 작품은 「상실의 시대」밖에 읽지 않았지만 하루키 작품에서 풍기는 음울함과 상당한 변태스러움, 뭔가 있어보이는 `척`하려는 발악이 나의 감각에는 전혀 맞아들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솔직히 이런 정도의 작품으로 일본은 물로 세계 각지, 특히 국내에서는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해변의 카프카」만은 굳이 `사기까지 해서` 읽고 말았다. 이유는 단순히 7년간의 공백이 하루키의 작품에 깊이가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었다. 물론, 하루키의 작품세계의 총합이라는 평가와 하루키 자신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과 같은 종합문학을 쓰고싶다`는 원대…(생략)

읽으면서 그들의 말이 과장되었다고 느끼고 있는 독자들을 편협하고 어리석은 인간으로 몰아가버렸다는 것이다. 하루키는 고무라 도서관을 여성학적으로 비판한 두 여자의 에피소드를 통해 그들의 편협스러움을 그들의 말 뿐만 아니라, 오시마의 지적과시를 거부함으로서 극명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는 내내 하루키가 그의 작중 인물들의 입을 빌어 토내내는 말들이 지적과시 내지는 지적 과정성으로 느끼고 있는 나같은 독자들은, 이 에피소드로 인해 `지적표현`과 `지적과시`를 구분못하는 그 여자들처럼 꽉 막힌 인종이 되어 버리는 게 아닌가. 표면적으로야 오시마가 성동일 게이임을 밝히기 위한 에피소드로 보이지만, 작품 전반적으로 풍기는 과장성을 덮어주는 참으로 교묘한 장치라 할 수 있겠다.
다만 주인공 카프카와 나카타가 각각 별개로 하는 여행이 `입구의 돌`과 맞물려 독자들만이 알 수 있는 기묘한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마치 지그소퍼즐을 맞춰가는 것처럼 꽤나 흥미로웠다는 게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얻은 약간의 즐거움이었다. 물론 고양이와 얘기할 수 있는 나카타라는 인물과 나카타와 함께하면서 내부로부터의 긍정적인 변화를 겪게되는 호시노라는 인물 또한 상당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캐릭터 면에 있어서 주인공 카프카는 어느 소설에서나 등장할만한 평범한 인물이었고, 오시마는 야오이 만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캐릭터를 연상시키며, 자신을 얽매고 있는 모든 것들을 부여잡지도 버리지도 못한 채 허무하게 살아가는 사에키는 기본적으로 내가 싫어하는 타입이었다. 그만큼 이 작품의 인물로부터 흥미와 매력을 얻기가 어려웠다는 뜻이다.
하루키의 최고 역작이라고 평가받지만 나는 이 작품의 무엇이 그러한 평가를 받게 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하루키는 「카라마조프의 형제들」과 같은 작품을 쓰고 싶었다고 말하지만, 「해변의 카프카」는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의 2할도 못미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두 주인공과 그들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을 따로따로 서술하고, 그 사이에 환상세계와 연관되는 독특한 연결고리를 이어주는 이 작품 구조의 독특함은 인정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것을 담으려했기 때문에 오히려 쓸데없는 얘기들이 넘쳐흐른다.
무엇보다 오이디프스 콤플렉스 신화를 모티브로 한 것에서는 「그리스 로마신화」를, 아이와 어른의 중간단계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려는 청소년의 잠시동안의 방황와 여행을 그렸다는 점에서는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수많은 서적과 서적속의 글귀를 인용하는 모습에서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떠올리며 이 작품이 `모방소설`인 듯이 느끼고 있는 건 비단 나뿐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