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포에버를 읽고나서 햄릿포에버

햄릿 포에버,를 읽고
기존의 소설형식과는 많이 다른 내용이라서 처음 봤을 때부터 낯설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 문, 답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이게 희곡일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더랬다. 문: 답: 이런 형식의 글은 희곡에서 많이 이용된다. 게다가 소설의 제목은 햄릿 포에버 이다. 햄릿이라는 희곡을 작가가 현대형식으로 각색한 것은 아닐까 싶은 착각에 빠졌다.
소설의 주인공은 예전에 본드를 흡입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그는 한 극단에 말단으로 일하고 있으며 언젠가는 연극을 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다. 그의 이름은 이시봉이다. 그에게 있어 본드는 환각의 도구이다. 그는 본드를 흡입하면 무엇이든 볼 수 있었다. 도색잡지속의 여자들이 직접 걸어 나오고 그들과 대화를 한다. 그러면서 외로움을 떨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 있어 햄릿 또한 마찬가지였다. 배우로써의 자질이 부족한 그에게 햄릿은 많은 도움이…(생략)

다. 그래서 본드를 흡입하고 그 속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들과 함께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면서 그들과 친구가 된다.
이시봉과 햄릿은 진정한 친구였을까. 그들은 외로움을 공유하고 햄릿은 그의 연극에 도움이 되어 준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이시봉의 외침에 그는 이시봉에게 찾아오지 않았고 가장 마지막에 그에게 찾아와 짧은 대화를 나눈다. 햄릿은 이제 이시봉이 아닌 다른 사람과 외로움을 공유한다. 그들의 마지막 대화는 장엄하면서도 쓸쓸하다. 마치 소설 전반을 지배했던 희곡적인 요소들처럼 그들의 만남 또한 마치 연극처럼 끝이난다.
어쩌면 햄릿은 진짜 햄릿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이시봉이 만들어낸 환상. 그러니까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어쩌면 이시봉과 같은 인간일지도 모른다. 외로움을 떠처 버리려 사람을 갈구하면서도 막상 사람에게는 다가서지 못하는. 그러면서 주춤주춤대다 내 안의 새로운 햄릿을 끌어내 그와 대화함으로써 세상과 점점 격리되는 그런 인간. 하지만 이시봉이 끝까지 염두해 두었어야 했던 것은 현실이다. 그의 상상은 상상일 뿐이고 본드 봉지에서 입을 때면 자기가 진정으로 살아가야할 ‘세상’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