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의누를 읽고 혈의누

혈의 누를 읽고
내가 알던 이인직은 단지 `혈의 누`와 `귀의 성`의 신(新) 소설가였다.
하지만 혈의 누의 첫 장, 그 중에서도 첫마디인 `일청전쟁`이라는 구절을 읽으면서부터 이 소설의 친일적 경향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난 뒤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가 말년에 이완용의 수족 노릇을 했다는 데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실망감이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소설이 문학사적인 측면에서 그 비중이 크므로 그에 대한 느낌을 말하려 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일곱 살의 어린 계집에서 결혼을 앞둔 어엿한 처녀로 성장한 옥련이다.
일곱 살 난 여주인공 옥련이가 청일 전쟁의 피난길에서 부모와 헤어지고 일본군 이노우에 소령에게 구출되어 일본으로 건너가며, 또 그곳에서 구완서를 만나 미국으로 가기까지의 일들을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내용들이 대부분 사실적인 전개로 이루어지지…(생략)

니 만큼 그 시대의 상황이나 문학의 흐름을 잘 알고 읽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문학 지식이나 어휘가 많이 부족한 나로써는 그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어쨌든 고전은 의무가 아닐까?
피난 길에 우왕좌왕 하는 모습들이 첫장부터 정신이 없다.
남편과 옥련을 잃고 정처없이 헤매는 부인의 마음은 애처롭고 그 전쟁터 피난민의 한 사람이 되어 복잡하고 심난했다.
청일 전쟁으로 인한 백성들의 괴로움과 고달픔-작가는 이렇게 표현했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정말 딱 맞는 말이다.
부인, 김광일, 옥련 ..오랜 세월이란 것이 얼마 동안 각자의 길을 걷게 하더니 다시 하나로 붙여 주고자 한다.
세월에 묻혀 서로를 잊었으나 피를 나눈 사람들이 어찌 마음까지 잊으리오.(청일전쟁 때문에) 그 마음으로 괴로워 하던 것이 혈의 누 인가 하노라.
별로 접해보지 못한 (신소설의) 문체를 맛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