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을 읽고 혼불을 읽고…

혼불을 읽고…
지은이 : 최명희
출판사 : 한길사
혼불이 훨훨..
한국혼 일깨우는 이 땅 문학사의 영원한 기념비...
이 거창한 수식어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작품이 바로 `혼불` 이다. 국어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이 단어가 이제는 어찌할 수 없는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그 소설의 웅장함과 한, 그리고 한국적임에 있을 것이다.
소설을 읽기 전부터 여러 번 들어왔던, 최명희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이름 때문에라도 여러 번 손이 갔던 책이지만 열 권이라는 방대한 양에 쉽사리 손대지 못했던 책이었다. 때문에 자꾸만 미루다가 방학을 이용해 읽기로 마음먹은 이 책은 말 그대로 `첫 장을 열 때부터 끝 장을 덮을 때까지` 나를 혼불로 묶어 놓았다.
서슬 퍼런 매안 이씨, 한으로 뭉쳐 살아가는 거멍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소설은 전라남도 남원을 시작으로 저 넓은 만주 벌판까지 엄청난 스케일…(생략)

있다. 엄숙한 관혼상제의 의식에서부터 일상적 풍속이나 관습의 동작 하나, 실오라기 하나의 놓임에 이르기까지 그 유래와 이치와 의미를 생생하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관제, 직제, 신분제도로부터 신부의 의상에서부터 시작되는 혼례의 모든 절차와 의례, 우리의 전통가구, 침선, 상례와 제례의 모든 절차와 법도, 풍수의 이치와 무속신앙, 행정구역, 신분제도와 노비제도, 백정의 모든 작업과정, 염료 제조법, 옷감의 때와 얼룩을 빼는 갖가지 세탁법 등 한국인의 생활의 모든 면모를 지극 상세하게 구성하여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그러한 것들로 인해 이 소설을 읽으면서 몰랐던 것들을 배웠고 옛 것에 대해 관심이 생겼고 예전의 우리 조상들의 생활 모습은 어떠했을까 하는 소박한 물음에 그에 관련된 서적을 뒤져보기도 했다.
총 열 권으로 출간된 `혼불`은, 그러나 끝맺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소설 `혼불`이 곧 나의 삶이기 때문에 언제까지 쓰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30년대에서 시작해서 43년에 일단락 된 소설은 앞으로 해방이후 6·25까지는 갈 것이라고 봅니다."라고 이야기하던 최명희는 1998년 12월에 영면했다. 더 이상 뒷이야기를 읽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아쉬운 일이지만 이제까지 출판된 열 권만으로도 우리가 한국의 혼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내 것을 잃어버린 채, 서양의 편리함과 산업화에 물들어가는 요즈음. 우리의 혼불이 무엇인지, 우리 역사의 혼불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이 땅의 한 많은 인생들 위에
저 푸른 목숨의 불,
혼불이 훨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