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동화집을 읽고 환상동화집

환상동화집
사실 이 작가는 유명한 책 데미안으로 인기가 좋은데 사실 데미안은 너무나 추상적인 이야기였고 게다가 현실적으로도 너무 판타지가 심해서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고 헤멘 책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작가의 생각이 조금씩 드러나 있다. 그의 사상이 단편 단편에 녹아 있다. 단편이라고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천일야화처럼 이어진다. 그리고 이 글은 사실 동화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아이들에게 어려운 책이기도 하다. 차라리 환상이야기 정도가 더 멋진 제목이 되었을 법도 한데 어딘가로 여행하는 왕자 가서 겪는일들. 모두가 어찌 보면 환상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의 환상을 어른을 위해 달래어 준다.
모두가 똑같은 이 세상에는 선과 악만이 존재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의 정신세계가 만화 영화에서 시작되어 교과서를 거쳐 주말 연속극으로 그치고 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독수리 오형제, 이순신 장군, 여주인…(생략)

이 사라지고 선도 악도 없었던 순수한 자아를 찾게 되는 환상적인 세계가 바로 환상동화집 안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악을 처벌하고 싶어하지만 인간을 잘 이해한 사람들은 악을 비난하지 않는다. 인간을 잘 이해한 사람들은 순수가 어떻게 해서 악으로 명명되는지도 알고 있고 그러한 순수의 변형을 안쓰럽게 바라볼 줄도 안다. 함부로 악이란 이름을 붙이진 않는다. 이 책에 실린 단편 「아우구스투스」에서 아우구스투스는 모든 이의 사랑을 받지만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 그는 인간을 경멸하고 쾌락의 대상으로 이용할 뿐인데도 그러한 그의 모습은 처단해야 마땅할 악의 모습은 커녕 안쓰러운 인간의 모습 그대로이다. 순수한 인간 앞에 사람들은 누구나 연민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비밀에 가득 차 아름답게만 보였던 세상과 마술과도 같았던 어린 시절, 꿈도 많고 용감했으며 낭만 있었던 시간들이 환상동화집 속에 언뜻언뜻 숨어 있는 것이 보인다. 그러나 이야기가 끝나면 나는 환상동화집을 덮고 또 다시 선과 악의 이분법이 불가피한 단조로운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이 책에 담긴 모든 이야기들이 다 걸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그가 습작하던 수준이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드는 작품도 있다. 그러나 장담컨대, 일개 시민이 이런말을 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책을 사서 읽어 보는 사람은 하나의 행운을 , 인류의 위대한 정신적 문화유산중의 하나를 소유하게 되는 것이라고 감히 장담한다고까지 나는 말하고 싶다. 그만큼 헤세가 주는 감동과 그의 신비스런 문학적 마술은 이 세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