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천국의문 입구. 천국은 명을 다한 사람들이 사후(死後)에 머무르는 곳이다. 그중 한 남자가 조금 걷기 힘들어 보이는 어색한 걸음걸이로 올라왔다. 그의 앞에는 천국의 문을 지키는 여러 면접관 중 한명이 보였다. “번호 2011-10-22-1123 그레고르 잠자씨 맞나요” 그레고르가 대답한다. “네 맞습니다.” “사망 원인은 타박상과 영양실조가 사인이긴 하나 직접적인 사인은 더 이상의 삶에 끈을 놔버린 정신적 사망이군요. 어째서 그렇게 마음을 먹으신 거죠”
그레고르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다가 이내 말을 시작한다.
“저는 사람이 살아가는 것에 의미를 갖지 못한다면 그건 삶이라는 것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죠. 제 경우가 그러하였습니다. 지난 20여년의 삶에 의미, 목적은 가족의 부양 이였습니다. 저 외엔 따로 부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아버지는 빚을 지고 더 이상 일을 하실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당연히 장남인 제가 집안을 부양해...

천국의문 입구. 천국은 명을 다한 사람들이 사후(死後)에 머무르는 곳이다. 그중 한 남자가 조금 걷기 힘들어 보이는 어색한 걸음걸이로 올라왔다. 그의 앞에는 천국의 문을 지키는 여러 면접관 중 한명이 보였다. “번호 2011-10-22-1123 그레고르 잠자씨 맞나요” 그레고르가 대답한다. “네 맞습니다.” “사망 원인은 타박상과 영양실조가 사인이긴 하나 직접적인 사인은 더 이상의 삶에 끈을 놔버린 정신적 사망이군요. 어째서 그렇게 마음을 먹으신 거죠”
그레고르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다가 이내 말을 시작한다.
“저는 사람이 살아가는 것에 의미를 갖지 못한다면 그건 삶이라는 것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죠. 제 경우가 그러하였습니다. 지난 20여년의 삶에 의미, 목적은 가족의 부양 이였습니다. 저 외엔 따로 부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아버지는 빚을 지고 더 이상 일을 하실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당연히 장남인 제가 집안을 부양해야 했죠. 외판사원으로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제 적성에 맞질 않았어요! 저는 외판사원 같은 일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연주하…(생략)

다. 결국엔 늦어서 지배인이 찾아와서 결국 제가 보이게 되지만 사람들은 저를 알아보질 못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저였습니다. 벌레로 변신해 걸어 다니기가 불편하고 목소리도 이상하게 나와도 저라는 사람이 바뀌지는 않았죠. 어떻게든 제가 아직 저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제가 변신하기 전 그린 그림을 지켰고, 동생의 연주에 나가서 듣기도 했었습니다. 헌데 가족들은 그게 아니었더군요. 변신하기 전엔 그래도 가족으로 따듯하게 대해주긴 했지만 변신 후에는 저를 보고 어머니께서는 기절을 하시고 누이동생은 저를 괴물 취급을 했습니다. 심지어 아버지께서는 저에게 사과를 던져 버리기 까지 하셨죠. 변신 후에 경제력을 상실한 저는 그저 처지곤란인 `짐`이 될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전 가족들에게 괴물 같은 `저것`이 되어버렸고, 저는 고독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바뀐 저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그랬는지도 모르겠군요. 그렇게 삶의 의욕을 잃어 결국엔 여기 오게 되어버린 겁니다.”. 말을 마친 그레고르의 표정엔 어쩐지 어두움이 묻어나왔다.
면접관은 조금 공감하듯이 고개를 끄덕이다 문득 입을 열었다. “갑자기 자고 일어나 그런 벌레 같은 흉측한 저것으로 변신 하게 된 까닭을 생각해 봤었나요”, “네 ‘아무래도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생각해봤지만 이건 실제로 저에게 일어난 일이었죠. 그 까닭은 아마 가족의 대한 저의 관심과 가족이라는 단체 안에서의 속해있는 저에 대한 무의식적인 반응 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처럼 전 변신 한 후에 느끼는 것이 많았습니다. 가족들의 태도에서 지금의 사회에서 물질적으로 접근하고 기대는 방식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피붙이라도 바로 변신해 버릴 수 있고 유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저에게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아무래도 가족들과의 정신적인 의사소통이 많이 부족한 것 때문이었겠죠 그리고 어쩌면 제가 가족들에게 경계부양책이 아닌 하나의 장남, 가족으로 인정받기를 바람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은... 제 삶에 지쳐있어 도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으니 까요.” 주변의 공기가 바뀌면서 조금씩 산들산들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럼 그레고르씨는 변신을 하게 된 이유가 자기 내면의 모습이 밖으로 표현이 되었다는 것 입니까”, “네 그게 직접적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근본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최근 여기 오면서 문득 느끼게 된 것이지요.”, “근본적인 이유라니요”
“저는 철저한 소외된 삶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제가 변신하기전이나 변신한 후나 생각해보면 같았었단 말입니다. 그저 차이점이라면 제가 경제력이 있고 없고 뿐이었죠. 방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저는 가족과의 대화들을 나눈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회사에 나가서 물건을 팔로 다녀야했고 지친 몸으로 돌아 와서는 침대에 쓰러져 자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나마도 아버지의 빛, 가족의 부양 때문에 꼭 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저는 돈을 벌어옴으로써 가족에 대한 저의 책임을 모두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저의 착각 이었죠. 가족들은 저를 물질적 지주 그 이상도 아니었고 그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이는 제가 변신한 후에 명백히 들어나게 되죠. 막상 실제로 제가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저의 존재감은 가족들 사이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말 그대로 하나의 흉측한 벌레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오히려 제가 빨리 떠나 주는 게 가족들에 도움이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렇데 여기에 와서는 그 벌레 모습이 아닌 사람의 모습으로 와계신데 이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 하시나요” 질문을 듣자 그레고르는 자기도 조금은 의외였다는 표정을 하곤 대답을 이어 나갔다. “그건... 아마도 저는 처음부터 변함없이 저였기 때문이어서 그렇지 않을까요 그저 외형이 바뀌었을뿐 저라는 인격체는 그대로 였으니까요, 그걸 가족에게 알리지 못한 것이 조금은 아쉽지만요...”, “네. 그레고리씨 이쪽을 보시면 두 번째 문이 다음생에로 가는 문입니다. 혹시 다음생에 하고 싶은 일 같은게 있으시나요”
“책을 하나 써볼까 합니다. 전생에 있었던 일을 책으로내서 다음생에 사람들은 저같은 실수를 하지 않고 심적인 소통으로 삭막한 세상이 되질 않았으면 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