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방을 읽고

나는 첫 장편 소설을 출간한 후 영등포여고의 산업체 특별학급에서 함께 수업을 들었던 하계숙의 전화를 받는다. 그녀는 나에게 왜 그 시절의 이야기(16~19세)는 쓰지 않는지 묻고 너는 어쩐지 우리와 다르다는 말을 한다. 그녀의 전화를 받고 나서 나는 원인 모를 가슴의 통증을 느낀다. 며칠 뒤 나는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안고 제주도로 떠나 16년 전의 나를 떠올린다. 열여섯의 나는 박정희 정권 말기인 1978년 시골에서 상경해 큰오빠와 구로 공단의 작은 단칸방에 살게 된다. 사진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외사촌과 작가가 되고 싶은 나는 나란히 공장에 들어가고, 산업체 특별 학급에 입학하여 주경야독의 생활을 한다. 단칸방은 매우 좁았는데 대학생이 된 셋째오빠까지 합류하게 되어 나는 가끔 이웃에 있는 희재 언니는 나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나는 그녀에게 왠지 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