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세자의 고백을 읽고나서

사도세자의 고백을 읽고나서 책을 읽는 내내, 사도세자가 달을 품고 있는 청명한 연못 앞에 쭈그려 앉아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는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 처음에는 금방이라도 물속에 발을 담그고 물장난을 칠 것 같은 다섯 살짜리 꼬맹이였지만, 책이 끝나갈 무렵에는 덩치가 연못을 다 덮을 것 같은 스물여덟의 청년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사도세자를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교과서를 통해서였다. 그 때부터 내 머릿속에서 그는 ‘아버지인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일주일만에 굶어 죽은 왕세자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묘사된 그는 노론과 소론과의 당쟁에서 희생된, 성군의 자질과 의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집권당인 노론에 의해 날개가 꺾인 불행한 왕세자였었다. 무사히 즉위했으면 세자빈 아니 왕비가 되었을지도 모를 아내인 혜경궁 홍씨가 쓴 한중록에 나와 있는, 여색을 탐하며 방탕한 생활을 즐기고 아버지에 대한 반역을 꾀한 정신질환…(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