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를 보고나서

서편제를 보고나서
‘한, 가슴 속 응어리진 감정의 덩어리. 깊은 가슴의 심연에 자리를 잡은 채 생의 그림자처럼 지는 검은 바랑. 그것을 심어주기위해 아비는 딸의 눈을 빼앗았다. 몸서리 처질만치 처절한 예술 하나만을 위한 삶, 김동인의 광염소나타의 백성수가 저지르는 방화와 살인,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의 ‘그가 저지르는 일탈의 행위. 극단을, 절정을 향해 행하는 아웃 두잉(out doing), 그 끝엔 ‘소리가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서편제도, 동편제도 아닌 한을 넘어선 살림의 소리가, 생명의 용틀임이 발현하는 순수의 소리가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눈을 바친 반대급부로 얻어진 그 ‘소리라는 것이 어떤 가치를 함의하고 있는 지 우린 이해할 수 없다. 오직, 그들만이 소리의 심원을 향해 발진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