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를 읽고나서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를 읽고나서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아주 즐겨,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자본주의에는 모순이 있는데, 이는 우리들의 사사로운 감정이나 욕구로부터 생기는 모순이 아니라 자본주의라는 체제 자체 내에서 이런 모순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나 아버지를 통해 가난은 개인의 문제라는 말을 끊임없이 들어왔다.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한 이유가 있어. 그 사람들을 보면 게으르고, 조그만 힘든 일에도 금새 지치고, 불평불만만 늘어놓지, 자기가 뭘 극복하겠다는 생각은 도통 안하거든.” 그리고는 신문 값을 받으러온 고학생을 붙잡고 신문 값을 흥정하고, 자기보다 약하고 힘없는 이들을 업신여기는 태도가 너무 싫었다. 그래서인지 대학에서 처음 듣게 된 구조적 모순이라는 말이 매우 매력적이었고, 또 가난한 이들, 불쌍한 이들, 약자들에게 손가락질을 하지 않아도…(생략)

의 기고문이다. 무엇을 왜 고발할까 사건은 1894년 10월 참모본부에 근무하던 포병대위 드레퓌스가 독일대사관에 군사정보를 팔았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비공개 군법회의에 의해 종신유형의 판결을 받은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일명 ‘드레퓌스 사건’이다. 그가 유죄인 증거는 파리의 독일대사관에서 몰래 빼내온 정보 서류의 필적이 그의 필적과 비슷하다는 것 밖에 없었으나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인해 그는 유죄판결을 받는다. 1897년 프랑스 군부는 진범으로 보이는 에스테라지 소령을 형식적인 신문과 재판을 거쳐 무죄 석방한다. 재판결과가 발표된 직후 졸라는 ‘나는 고발한다’라는 기고문으로 드레퓌스 사건의 부당성과 부정의를 준엄하게 꾸짖고 재심을 요구한다. 이 하나의 글로 인해 드레퓌스를 옹호하는 자유주의적 지식인을 비롯하여 사회당급진당을 주축으로 인권동맹이 조직되고 이들은 국수주의파 교회군부가 결집하여 만든 프랑스 조국동맹과 팽팽한 대립을 이루면서 사건을 점차 국민적 관심사로 키워나간다. 마침내 이 사건은 한 개인의 석방문제라는 차원을 넘어 정치적 쟁점으로 확대되면서 제3공화정을 극도의 위기에 빠뜨렸다. 1898년 여름 군부는 어떤 새로운 증거서류에 의거하여 드레퓌스의 유죄를 확언하였으나, 그것이 날조로 판명되고, 체포된 증거서류 제출자는 자살함으로써 반(反)드레퓌스파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이에 정부도 재심을 결정했으며 사태는 재심파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1899년 9월에 열린 재심 군법회의는 드레퓌스에게 재차 유죄를 선고하였으나, 대통령의 사면으로 석방되었다. 석방되었다고 해도 이들은 멈추지 않는다. 무죄 확인을 위한 법정 투쟁을 계속한 끝에 드레퓌스는 1906년 최고재판소로부터 무죄판결을 받고 복직 후 승진도 하였다. 에밀 졸라는 원래 소설가로서 그 당시 자리를 확고히 다진 안정적인 위치에 있었으며, 이런 일에 끼어들지만않았어도 여생을 편하게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늦은 나이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드레퓌스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졌다. 졸라가 기고문을 쓸 당시에 프랑스 국민들의 여론은 졸라에게는 매우 불리했다. 독일에 반대하는 정서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논리적이기 보다는 매우 감정적인 분위기가 팽배해서 졸라는 거의 매국노로 몰리는 형편이었고, 사법처리를 피하기 위해 망명을 해야 했으며, 그가 가진 모든 평판과 명성을 말년에 잃을 판국이었다. 1898년부터 시작해서 의문의 죽음에 이르는 1902년까지 약 1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치지 않고 이 사건에 매달린 졸라의 힘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에밀 졸라가 배심원 앞에서 읽었다는 글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저를 단죄하는 것, 그것은 저를 더욱 더 대단한 인물로 키워주는 일일 뿐입니다. 모름지기 진실과 정의를 위해 고통을 감수한 자는 결국 존엄하고 신성한 존재가 되기 마련입니다.` 그것은 오직 진실과 진리만을 사랑하는 참된 배운이의 모습 때문이다. 이러한 정신을 우리는 ‘앙가쥬망’이라고 한다. 프랑스는 지식인의 사회 또는 정치참여가 매우 활발한 ‘앙가쥬망’의 원류로 알려져 있다. 18세기의 프랑스에는 여전히 신구교의 불화가 사회 갈등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었는데, 이 시기 장 칼라스라는 신교인이 구교로 개종하려던 아들을 죽인 혐의로 살인죄로 기소되었다. 그러나 이를 이상하게 여긴 볼테르가 이 사건에 개입하면서 판결은 뒤집어지게 된다. 구교신자인 볼테르는 `나는 당신의 종교에 찬성하지 않지만, 당신의 종교를 계속 믿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함으로써 그가 평소에 강조했던 `관용`의 미덕과 더불어 진정한 앙가쥬망은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후 앙가쥬망의 전통은 이후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나타난 실존주의 철학에서 완성된다. 나는 우리나라의 지식인들을 생각해 본다. 참 말들이 많은 데, 그 말들 모두가 수사다.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말들은 하나도 없고, 대부분 푸석푸석한 분석과 상대방에 대한 비판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 구조적 모순 말하지 말고, 거대 담론 들먹이지 말고, 다른 사람의 말은 경청했는지, 원칙에 충실했는지 자문해보았으면 한다. 그래서 나도 존경하는 지식인 한명 가져보는 그런 나라에 살아보고 싶다. 그리고 이러한 조사(弔詞)를 바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가져보는 영광을 누려봤으면 참 좋겠다.
`우리는 그를 부러워합니다. 방대한 저작과 위대한 참여를 통해 조국을 명예롭게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를 부러워합니다. 걸출한 삶과 뜨거운 가슴이 그에게 가장 위대한 운명을 선사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