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고나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고나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책에서는 제 7부 카레닌의 미소로 책이 끝이 납니다. 저는 책을 읽으며 제 자신의 존재의 가벼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이것을 이 책의 일부분인 것처럼 제 8부 굴레와 해방으로 제목을 정했고 제 경험이지만 최대한 소설을 쓰는 형식을 취해서 독후감을 썼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책과 동일하게 전지적 시점과 주인공 시점을 함께 써 보았습니다. 글을 쓰면서 작가와 제가 현실세계에서 대화하고 있는 듯, 한국에서 저와 함께 지내는 것처럼 다가왔습니다. 일어난 시간은 이미 출근할 시간을 넘어섰다. 평소보다 거의 2시간이나 더 자버린 것이다. 그녀는 재빨리 병원에 전화를 걸어 아프다고 거짓말을 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씻지 말고 바로 차로 향할 것인가. 지금 실습하는 곳은 병동물리치료실이고 실습생은 단 한명 그녀만이 배정받은 곳이다. 머릿…(생략)

나대신 30분만 병동치료실에 가 있어주면 안될까 미안해.” 그리고 초조하게 답장을 기다린다. “알았어요. 언니 그럼 언니 늦는다고 말해 놓을까요” 답장을 쓰는 손가락이 자판에서 머뭇거린다. “그래. 좀 늦는다고 해줘. 고마워 미안해.” 지하철로 갈아타며 생각에 잠긴다. 그녀에게 지금의 우울함이 오게 한데는 네 번의 우연이 있었다. 첫 번째 실습기간 총 4주. 그녀가 하기 전까지 치료실에는 매 주 두 명의 실습생이 배정되었다. 다른 학교 학생들이 한 곳으로 몰렸기 때문에 그녀만이 혼자서 배정 받게 된 것이다. 두 번째 그 전날 그녀의 과외학생으로부터 예정보다 늦게 수업을 시작하자는 연락을 받는다. 그녀가 잠자리에 든 시간은 평소보다 2시간 늦은 1시였다. 세 번째 그 버스는 한 승객과 싸우느라고 5분이 늦어졌다. 원래 5분 전인 그녀가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시간에 왔을 버스였다. 네 번째, 버스의 늦어짐은 더 많은 승객을 태우게 되고 더 오랜 시간을 걸릴 수밖에 없게 했고 27분 지하철은 그녀 없이 떠나버린다. 네 번의 우연의 결과는 지각이라는 그녀의 우울함의 원인을 만들게 된다. 지하철 안에서 우울한 마음과 걱정하는 마음 사이에서 그녀는 편안함을 느낀다. 마치, 북적이는 명동한복판에서 자기 길이 아닌 곳으로 사람에 의해 이끌려 갈 때 자신이 가려고 하는 길이 아닌 곳으로 생각 없이, 목적 없이 끌려갈 때의 멍한 환각상태 같은 것이다. 잠시 동안의 안정. 아마도 이건 그녀가 앉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앉은 상태로 그녀는 잠이 든다. 꿈속에서 그녀는 악어에게 먹히는 꿈을 꾼다. 악어는 그녀의 팔과 다리 그리고 몸을 순서대로 먹는다. 그러나 그녀의 머리만은 꼿꼿이 남아 먹히는 것을 피하고 있다. 다른 신체 부위는 움직임이 없다. 꼼짝 못하고 먹히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발가락에서부터 먹히다가 머리만이 버둥거리며 피해보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고 차례로 먹힐 뿐이다. 서서히 다가오는 악어를 고개를 돌려 이리저리 피해본다. 옆 사람의 조금은 성가시듯 한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내가 악어를 피하면서 얼굴을 돌렸기 때문일 것이다. 머리는 끝까지 먹히지 않았지만 몸이 잘라져 가는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째서 머리는 먹히지 않은 걸까. 차라리 머리가 먼저 먹혔다면 고통을 느끼지 않았을 텐데. 실습지에 도착한 후 어제 술을 마신게 아니냐. 혹은 어디 아프냐는 질문을 받지만 그 어느 것도 맞는 대답은 없다. 왜냐하면 이것이 그들이 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매일 하던 일에서 약간의 틀어짐. 병원이 직장인 선생님들은 이런 이야깃거리가 필요했다. 그들은 살짝 들떠서 어떤 이야기가 있기를 기대한다. 남자친구와 헤어졌다거나 집안에 배다른 오빠가 등장하는 것과 같은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그들을 살아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야기가 늘고 상상이 더해간다. “오늘이 며칠이지” “9월 14일이에요.” 14일. 14일. 14일. 퍼즐에 마지막 조각을 맞춘 것이다. 늦잠은 14일이 오는 것을 두려워한 무의식의 표현이었고, 지하철 안에서 꾼 꿈은 자신을 갉아먹고 있던 고민이 이제 더 이상 피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머리마저 먹혀버리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 같은 마음은 피해버리고만 싶은 그녀의 심리였던 것이다. 그녀는 등록금을 낼 수 없다. 통장에는 충분하지 않은 금액이 있다. 현기증이 날 것 같았다. 추락할 것 같은 가벼운 울렁거림을 동반한 현기증은 뱃속에 나비가 춤을 추는 것처럼 메스꺼움과 롤러코스터를 탈 때의 스릴과 아찔함이 배어있었다. 이 손을 놓으면 짧은 순간 날았다가 모든 것이 사라지는 어둠 속으로, 심연으로 사라지고 모든 것이 끝이 날 것이다. 아주 짧은 순간 모든 것은 사라지는 것이다. 마지막 고통마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