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수학을 읽고나서

철학수학을 읽고나서
지금은 조금 다르지만 예전에는 철학이란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것과 세상의 이치가 매우 궁금했고 연구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었다. 지금은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그러려니 하지만 말이다. 수학에 있어서는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보다는 퀴즈나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나가는 수학 관련 책에 더 흥미가 많다. 그래서 추리나 모험, 또는 신기한 에피소드에 관련되어 지어진 수학 책도 많이 읽었었던 것 같다. 이 책도 그들 중 한 권이다.
어떤 내용인지 짐작도 해 보지 않고 단순히 ‘철학 수학’ 이라는 제목만으로 주저 없이 책장을 넘겨보니 첫 장부터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고 불리는 식이 맨 앞에 적혀있었다. 예전에 주워들은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찬찬히 들여다본 것은 처음이었다. 나도 여느 사람들과 같이 이 정리를 맨 처음 보고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런 식 하나를 증…(생략)

걸쳐서 결국 증명해내고 말았지만 그 중에서도 딱 하나 증명되지 않는 정리가 있었다고 한다. 그게 바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이다. 이 짧은 정리 하나가 여러 사람의 인생을 뒤바꿨다고 한다. 수학자 오일러를 시작으로 여러 사람들이 이 정리의 증명에 도전했지만 힌트나 작은 희망만 남기고 다들 실패를 거듭했다고 한다. 수학자들이 아닌 일반인들도 ‘나라면 이 정리를 증명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정리 하나만 증명하면 평생 먹고 살 돈과 명예가 따라오는 거잖아!’ 등의 생각에 빠져 죽기 전까지 이 정리를 놓지 못했다고 한다. 내가 그 상황이 되어 보지 않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들이 한심한 것 같기도 하다. 몇 백 년 동안 증명되지 못했던 정리를 당장에 내가 풀어낼 가능성은 분명 적을 텐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사람들의 발목을 잡았기에 이 책에서는 그 정리를 악마라고 표현한다. 우연히 이 정리를 마주한 사람들에게 ‘너도 할 수 있어’ 라고 속삭인 것이다. 물론 내가 그 사람들이 한심하다고 말하긴 했지만 나도 그 사람들과 같은 상황이었더라면 이야기가 달라질지도 모른다. 한 방에 인생 역전을 꿈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니까. 이 악마로 인해 그 후 많은 사람들이 증명에 도전했지만 그 때마다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되어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결국 이렇게 실패할 것에 왜 그렇게 끝까지 매달린 것일까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이 정리를 증명하는 것 하나에만 평생을 쏟았다면 나 역시도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포기하자니 이때까지의 시간이 너무 아깝고 혹시나 내가 증명했을 때 받을 보상도 그냥 놓아버리는 것일 테니 말이다. 이 정리에 도전한 사람들도 마음고생이 정말 심했을 것이다.
그렇게 악마의 승리의 웃음이 350년 동안 계속되었다. 그러나 그 악마의 정리도 이로 끝을 보게 된다. 앤드루 와일즈, 이 사람이 350년 간 누구도 밝혀내지 못한 정리를 증명한 것이다. 그 악명 높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한 사람이 자신인 것이다. 얼마나 기뻤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자신의 증명에서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되었고 와일즈는 1년동안 다시 그 정리에 도전한다. 믿을 수 없게도 일 년 후 와일즈는 그 결함을 딛고 정리를 증명해내고 말았다. 만약 내가 증명했는데 오류가 발견되어 사람들의 의심을 받는다면 그 절망감을 이루 말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정리를 증명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깊었던 것은 그의 아내인 나다였다. 나다는 생일선물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의 증명을 받고 싶어 했다고 한다. 수학에는 흥미가 없던 사람이 왜 그런 선물을 원했던 것일까 와일즈가 페르마의 정리에 손을 댈 무렵 나다는 그와 결혼하였고 그가 증명을 하려 애쓴 8년이란 시간동안 그에게서 웃음을 볼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8년 후 와일즈는 정말 행복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의 증명이라는 선물을 가져왔다. 나다는 그 정리를 증명한 그에게서 그의 진정한 웃음을 선물로 받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앤드루 와일즈를 끝으로 전 세계의 사람들이 악마의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완벽한 증명은 결국 와일즈라는 한 사람이 해냈지만 350년 동안 끊임없이 증명하려 노력하고 많은 도움을 남기고 떠난 여러 사람들의 도전의식도 기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자신이 진정으로 평생을 바칠 수 있는 것에 죽기 전 순간까지 몰두할 수 있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의 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