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를 보고나서(3)

블레이드 러너를 보고나서

1. 저주받은 걸작

많은 영화들을 보면 개봉당시에는 엄청난 호평 속에서 흥행에서도 승승장구하며 반짝이다가 몇 년 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개봉 당시에는 처참할 정도의 평단 및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는데, 오히려 세월이 흘러갈수록 그 영화에 대해서 재해석되고 재평가되어 관객들의 뇌리에 오랫동안 남는 영화들이 있다. 이 블레이드 러너라는 영화를 흔히들 저주받은 걸작이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개봉당시에는 철저하게 묻혀버린 영화였는데 20년이 훨씬 넘은 현재까지도 이 영화에 대한 가치가 활발하게 재조명되고 있는 흔치 않은 영화중에 한편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동안 일부 마니아들에 의해서 꾸준히 명맥을 유지해오던 이 영화는 최근 들어 평단에서도 80년대 최고의 SF영화로까지 추앙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 자신도 이 영화를 언제 봤더라. 싶을 정도로 가물가물…(생략)

2. 배경과 스토리

3. 인간성에 대한 고찰

. 하지만 이들에겐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그들의 수명이 불과 4년밖에 안된다는 점이었다.

3. 인간성에 대한 고찰
[토털 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임포스터], [페이첵], [스캐너 다클리]등 미래사회의 이야기를 그려온 인기작가 필립 K. 딕의 원작을 영화화한 블레이드 러너의 가장 먼저 눈의 띄는 점은 바로 2019년 미래사회의 모습인데요. 하늘을 뚫고 나갈듯이 높게 솟은 수많은 빌딩과 화려한 네온사인 등과 대비되는 인간들이 숨 쉬고 이동하는 지상의 공간은 영화 내내 내리는 비와 함께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우중충하고 습기 찬 칙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록 문명은 발달했으며 건물마다 보이는 화려함은 미래사회에 대한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곤 있지만 그 문명 속에서 다양한 인종들이 섞여 살고 있는 인간들의 모습은 왠지 처량해 보이기까지 할 정도로 침울하며 활기가 없어 보이고 답답한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이러한 배경은 발달해가는 문명에 비해 점점 파괴되어가는 인간성과 어느새 인간이라는 존재는 거대한 문명 속에 단지 하나의 부품들처럼 되어가고 있는 듯 한 어두운 모습처럼 다가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 실제 인간들의 편의를 위한 부품처럼 개발된 복제인간들이 지구로 잠입하게 되며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데커드가 나섭니다. 이 복제인간들은 위에도 설명했지만 실제 인간들처럼 생각하고 느끼도록 설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우선 이 영화를 아직 못 보신 분들을 위해서 미리 말씀드리자면 대략적인 줄거리만 읽고 화려한 추격신과 거친 액션이 등장하는 영화로 기대하신다면 이 영화는 무척이나 실망스러운 영화입니다. SF영화라는 장르가 어느 정도 화려하고 눈을 즐겁게 해 주는 요소를 많이 포함이 되는 장르이긴 하지만, 이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솔직히 그다지 볼거리도 풍부하질 못하며, 결국은 복제인간들을 잡으려는 데커드와 인간보다도 더 인간적인 감정을 소유하고 있는 복제인간들 간의 갈등과 연민을 그린 영화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복제인간들을 찾아나서는 데커드. 하지만 그들을 추적해나가면서 그는 자신의 임무와 복제인간들이 보여주는 인간적인 모습에 당황하게 됩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지 보통 인간처럼, 정해진 인위적인 수명을 사는 것이 아닌 보통 인간들과 똑같은 평범한 삶을 원합니다. 이러한 복제인간들의 모습은 그들 이외에는 인간적인 감정이 메말라버린 보통 인간들의 모습과도 사뭇 대치되는 모습입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하고 중얼거리는 프리스의 모습에서, 데커드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또 다른 복제인간인 레이첼의 모습에서, 마지막 데커드를 살려주며 굵은 빗방울 속에 눈물을 흘리는 베티의 모습에서 발달된 문명 속에 차갑게 식어버린 미래사회의 암울함을 복제인간들의 입을 통해서 아이러니하게 이야기합니다. 마치 그들의 삶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의외로 따스한 마음은 어느새 잊어버리고 묻혀버린 상실된 인간성에 대한 고발이며, 그리움일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 부분에 동료형사가 데커드에게 모두가 어차피 죽는다고 하는 이야기는 4년밖에 못사는 복제인간이나, 40년을 넘게 사는 인간들이나 어차피 결국엔 죽는 건 마찬가지지만,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인간답게 살지 못한다면 4년밖에 못사는 복제인간들보다 나을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로 인해 격심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게되는 데커드는 임무를 완성했다는 성취감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과 안타까움속에 결국엔 그들을 인정하게 됩니다. 아직까지도 이 영화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오리지날 극장판은 본지가 워낙에 오래되어 이번에 본 디렉터스 컷과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약간 바뀐 부분이라면 극장판에선 데커드의 독백신이 자주 등장하는데 반해 디렉터스 컷에선 그러한 장면들이 모두가 삭제가 되었으며, 데커드와 레이첼의 관계를 더욱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라스트신도 극장판과는 다르다고 하는데요. 제 개인적으로도 이번 디렉터스 컷의 라스트 장면이 더 인상적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올라가는 엔드 크레딧과 함께 흐르는 반젤리스의 잊을 수 없는 음악. 아마 이 영화는 잘 몰라도 이 음악 들어보지 못한 분 없으실 겁니다. 그리고 영화가 최초로 공개된 후 오랜 세월이 지나 아직까지 논쟁중인 화제가 몇가지가 있는데요. 극중 출연하는 복제인간들의 숫자가 영화속에서 명확하질 않습니다. 처음엔 6명이라고 했지만 실제 영화속에 등장하는 복제인간은 다섯명입니다. 후일담으로 원래 한명의 복제인간이 더 있었는데 사정상 그 복제인간이 죽는 장면은 삭제되었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가장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부분이 극중 블레이드 러너로 나오는 데커드라는 인물인데요. 감독인 리들리 스콧은 후에 데커드도 복제인간이며 영화를 자세히 보면 그도 복제인간이라는 암시를 곳곳에 배치했었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밝혔다고 하는데요. 당사자인 해리슨 포드는 절대 그렇지가 않다고 부인했다고 합니다. 어찌보면 어처구니 없는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요. 자신이 복제인간 역인지도 모르고 영화를 찍었다는 것도 말이 안되지만, 영화가 공개된지 한참 후에 그런 인터뷰를 한 리들리 스콧의 이야기도 솔직히 쉽게 이해되는 부분은 아닌듯 합니다. 어찌되었건 간에, 저주받은 걸작이라는 칭찬인지 위로인지 애매한 구석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 당시엔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스필버그의 [E.T]에 밀려서 거의 사장되다시피 했던 영화이지만 오랜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는 건, 저주라기 보다는 이제는 축복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합니다. 오랜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고 매일매일 새롭게 조명이 된다는 건 그만큼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단순해 보이는 줄거리지만 생각보다 복잡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여타 SF를 지향하는 영화들과는 왠지 차별되는, 아무 생각없이 보았다간 다소 난감해질 수 있는 영화입니다. 인간성이 상실된, 차갑고 냉엄한 미래사회속에서 인간들보다 더욱 인간적인 감성을 지닌 복제인간들과 그들을 쫓는 인간들이 펼치는 아직은 알 수 없는 미래사회에 대한 경고와 생명과 존재에 대한 이야기. 블레이드 러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