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고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고
TV, 신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기아, 난민들. 마치 우리와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듯한 사람들을 본다. 희뿌연 TV화면 안에는 짙은 피부색, 생기 없는 눈동자와 말라 부러질 듯 한 팔다리로 카메라를 경계하는 사람들이 있다. 끊임없는 전쟁에 굶주림이 생활이 된 곳. 우리는 그곳을 ‘제 3세계’ 라고 부른다.
내 하루 일과는 따분하기 그지없다. 중학생이 된 이후로 내 일상은 등하교, 학원의 반복이었고 그건 함양 고등학교 기숙사에 들어온 한 달 동안도 비슷했다. 교실과 기숙사를 반복하는 루트에서 난 지루함을 느꼈지만 육체적으로 힘들다거나, 정신적으로라도 고통스러운 적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뒤 느낀 점이 많았다. 나는 다큐멘터리를 좋아한다. 지구반대편의 소식을 전해 듣는 것이 신기하고, 대자연의 신비를 보는 것도 흥미롭다. 가끔 분쟁, 재해로 인해 피해를…(생략)

부패, 시장가격 조작 등으로 인한 기아문제는 국제원조기구와, 국제여론의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다. 자연재해야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해도 결국 90%이상은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으로 인한 문제의 결과물이다.’ ‘특정한 시간에 젖을 먹는 습관이 든 아기는 젖을 주지 않으면 배가고파서 울어댄다. 그러나 기근에 방치되어 먹는 습관을 잃어버린 아기는 자신의 표현능력도 잃어버리고, 울음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것을 멈추고 그만 죽는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구절은 이 부분이다. ‘영양의 질은 생활수준, 건강상태와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영양이 부족한 쪽에는 비참한 가난, 질병과 때 이른 죽음이 있고, 다른 쪽에는 안정된 수입과 희망찬 생활, 건강과 장수가 기다린다.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 이미 이런 불평등의 운명을 짊어져야 한다. 영양은 지능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아기의 건강과 지능, 발달능력, 생명력은 이 세상에 태어난 그 순간부터 아기가 섭취하는 영양에 좌우된다. 한쪽에는 특권으로 가득한 풍요로운 세계가, 다른 쪽에는 빈궁한 세계가 존재한다.’ 충격적이다. 태어나기도 전부터 아이는 이미 정해진 조건 속에 살아간다. 그게 짐이 될 수도 있고, 득이 될 수도 있으며 또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그 부모의 조건 즉, 부모의 영양이 어떤가 하는 것이다.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린 수백만의 엄마들이 매년 지구 곳곳에서 수백만의 건강하지 않는 아이들을 낳고 있다. 그런데 더욱 비참하게도 배고픔의 저주는 세대에서 세대로 대물림된다. 지구한편에는 부모의 고통을 고스란히 물려받는 아이들이 있다. 지금 내 고민은 주말에 있을 시험, 앞으로 있을 고등학교 생활, 외모 또는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하는 것들이지 당장 무엇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나 하는 것이 아니다. 생사의 기로에 선 사람들이 그들의 목숨이 걸린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때 난 무엇을 했나 하는 죄책감도 들고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이전까지 무관심했던 내가 후회된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작가는 기아의 실태와 그 배후의 요인을 전쟁, 시장가격 조작, 기업의 음모 등으로 분석했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세상에 불행한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처럼 알면서도 무관심한 사람도 있을테고, 관심조차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21세기 지구촌 시대에 안에서 남이란 없다. 개인적이고 독자적인 사람들은 사회를 힘들게 산다. 각자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좋지만 항상 주변을 뒤돌아보고 그 넘어 지구 한편에서 아직도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항상 마음속에 담아두고 도와주자. 세상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