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혜를 읽고나서

명혜를 읽고나서
“명혜”라는 책을 본 나는 앞표지의 아이를 엎고 있는 소녀의 그림이 눈에 띄었다. 그 소녀의 모습은 당차보였으며 표정 또한 뭔지 모르게 내 마음을 끄는 강한 힘이 있었다. 또한 책 뒤 표지의 짤막한 줄거리는 평소에 내가 꿈꾸던 이상적인 여자의 모습이기에 내가 이 책에 빠지기에는 충분하였다.
명혜는 김소연 작가님의 장편동화인데 일제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다. 세상을 더 알고 싶고 호기심이 많은 명혜는 여자는 좋은 집에 시집가 잘 살기만 하면 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부모님을 설득하여 서울 유학길에 올랐다. 여학교에 입학하여 낙경이라는 친구를 만나 여자도 나라를 위해 한 몫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명혜는 학교를 다니며 병원에서 통역봉사를 하며 즐거워했고 의사공부를 하고싶어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오빠 명규에게서 독립운동에 동참한다는 편지가 왔고, 낙경에게서도 그 운동…(생략)

혜의 모습에 난 무척 기뻤다.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용기를 내서 자신의 주장을 말로 옮겼다는 자체가 감동이었다. 한편으론 단순히 여자이기 때문에 이렇게 해야 하고 여자여서 저렇게 해야 한다며 명혜에게 유학의 꿈을 접으라시던 아버지를 보면서 여자라는 이유가 큰 걸림돌이 되는 현실에 너무 화가 났다. 더불어 오늘날 높아진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여성의 사회 진출에 있어 우리나라가 많이 발전했다는 것이 새삼스럽고 참 다행이고 기뻤다.
나는 여태껏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안에서 한글로 쓰고 말하며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익숙함에 일제로부터의 해방의 가치와 여러 사람의 희생 그리고 내 나라와 순수 우리말이 있다는 중요성이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그런데 ‘명혜’를 읽어보니 해방이 있기까지의 여러 사람들의 많은 희생이 있었고 그 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기에 지금이 있게 되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새삼 내 나라가 있고 우리말이 있다는 사실의 중요성이 정말 절절히 와 닿았다.
내겐 한없이 당차보였던 명혜가 오빠 명규의 죽음으로 약해진 모습을 보며 마음이 많이 아팠다. 소중한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한 순간에 잃는다는 것은 누구든지 두렵고 많이 아픈가 보다. 또 명혜에겐 차갑고 냉정하기만 했던 아버지가 명혜가 마지막 기차에 오르는 모습을 저 멀리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 것을 보니 가슴이 찡하였다. 숨어서라도 떠나는 자식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싶은 부모의 마음에 뭉클했고, 그 모습에서 이 시대의 아빠처럼 다정하게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묵묵히 자식사랑을 보여주는 진실된 아버지의 마음을 볼 수 있었다. 이었고 자식을 향한 사랑이라 느껴졌다. 책을 읽으면서 명혜의 깊은 생각과 당찬 행동들이 부러워 닮고 싶었고 명혜의 생각과 행동들로 인해 책장을 하나하나 넘길 때의 호기심과 설레임이 배로 되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