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마을을 읽고나서(3)

국경없는 마을을 읽고나서
‘국경 없는 마을’이라는 말을 들으면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국경이 없어 자유로우면서도,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해 단절되어 있다는 듯 한 두 가지 의미를 가진 말에 모두들 아리송해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면서 나는, 국경 없는 마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국경 없는 마을은 바로, 안산 원곡동에서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힘겨운 삶을 함축한 단어였다. 이 제목의 정확한 뜻을 알게 되자, 나는 이 책에 점점 더 정감이 가기 시작했다.
‘국경 없는 마을!’ 이 책속에는 외국인 노동자들 말고도 조선족 아줌마와 아저씨, 코시안 어린이, 실직 한국인, 외국인 청소년, 자원 봉사자,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청년 이야기 등 다양한 삶이 녹아들어 있다.
책 읽고 글 쓰며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해서 인터뷰 전문 자유기고가…(생략)

남들과 조금 다른 생김새에 차별을 당해야만 했던 자신의 고향 한국을, 뭐라고 언급할까 벌써부터 두려워진다.
기억에 남는 두 번째 등장인물은‘초리’라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이다. 초리는 프레스라는 기계를 다룰 줄 아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2년씩이나 다뤘던 그 기계가 고장이 나서 손이 잘려나간 슬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초리와 같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친인척 하나 없는 머나먼 타국 땅에서 아프거나 다치는 일은 가장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노동자가 아닌 타국에서 넘어온 사람들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우리가 그들에게 보내는 차가운 시선이 그들을 더더욱 아프게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신체적 고통에 따른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손을 눌렀던 기계가 서서히 위로 올라갈 때 보았던 손의 모습을 그대로 묘사하며, 자신의 처지를 솔직히 말하는 초리의 모습에 난 눈물이 날 뻔하였다. 하지만 애써 고통을 참으며 환환 웃음을 보이는 초리의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는 안도의 미소를 짓기도 하였다.
글을 쓰다 보니,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갑자기 떠오른다. 우리나라가 단일 민족국가라는 내용을 배우는 시간이었는데, 선생님께선 이제 우리나라에도 다문화 가정이 발생하고 그 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점점 단일민족국가의 모습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이 책의 내용과 함께 그 동안 내가 보았던 노동자들에 대한 다큐멘터리 등의 모습이 떠오르며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었다.
이렇듯, 이제 우리의 시선도 좀 따뜻해지고 변화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전에는 그리 좋지 않게 바라봤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선입견을 많이 버릴 수 있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인권은 있다. 그 사람이 대한민국 사람이건 외국인 노동자이건, 혹은 그 사람이 부자이던 빈자이던 간에 누구나 인간의 존엄한 권리를 가진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간과한 채,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아 버리는 사람들에게 나는, 눈물과 함께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는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이 책을 통하여 많은 이들의 시선이 바뀌길 기대해 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