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드 베이커리를 읽고나서(4)

위저드 베이커리를 읽고나서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라고 한다면, 뭐, 우연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우연히 내 책상 위에 펼쳐져 있던 이 책을 읽는 순간, 나도 이 빵집에서 주문한 빵을 먹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소름끼치도록 잔혹했다. 이제껏 청소년 문학이라고 하면 그저 밝은 성장드라마 같은 글만 읽어서일까 일종의 컬쳐쇼크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주인공은 말더듬이다. 어릴 때 어머니가 목을 매어 자살한 것을 본 이후로 그런 것 같다. 유일한 식구라면 아버지 뿐. 그마저도 성폭행 혐의로 큰집에 들락날락하는 분이시다. 어느 출소한 이후의 평화롭다고 할 수 있는 날, 주인공의 할머니는 아버지에게 선볼 것을 종용한다. 상대는 무려 교사. 딸이 있는 이혼녀라는 점이 걸릴 뿐 주인공으로서도 딱히 트집 잡을 만 한 거리가 없는 그런 여자였다. 아버지와 ‘배 선생’이 결혼 한 이후, 한동안은 괜찮았다. 새어머니도 주인공을…(생략)

된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말 그대로 위저드 베이커리였다. 가게에서 파는 빵의 이름이 범상치 않을 때부터 알아보긴 했지만, 실제로 그럴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한 주인공으로서는 상당히 상세한 평에 후기까지 읽으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럭저럭 적응하며 점장과 점원이라고 생각했던 마법에 걸린 파랑새에게 정이 들던 중에 몽마(夢魔)가 방문한다. 잠을 자던 점장에게 붙은 몽마와, 몽마가 붙어 괴로워하는 점장을 보던 그는 자청해 자신이 그것의 희생양이 되기로 맘먹는다. 악몽 속에서, 그는 어머니가 자살하는 광경과 자신이 빠져 행복해하는 가족의 정경을 본다. 괴로웠다. 깨었을 땐 예전과 같았다. 다른 것은 없었다. 그는 여전히 베이커리의 홈페이지 관리자였을 뿐이다. 안도하고 허탈해하며 그는 자신의 소임을-임시적이지만-다했다. 어느 날은 범상찮은 제목의 후기가 올라왔다. 악마의 시나몬 쿠키를 샀던 여고생의 후기였다. 그것 때문에 친구가 죽었다며, 항의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무심히 넘겼으나, 사건은 커져 경찰의 방문을 받게 된다. 방문을 받기 전 마지막 주문이었던 주인공의 주술인형과 그 무엇을 주인공에게 들려 집으로 돌려보낸다. 집은 역시 개판이었다. 이전투구라고 해도 좋을 모양새였다. 소리를 지르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배 선생을 보며, 주인공은 오며 확인했던 그 무엇, 타임 리와인더 쿠키를 먹으려 마음먹는다. 그리고 내용은 여기서 끝난다. 그 다음 내용을 뭘 읽을 진 내 선택이었다. Y의 경우, N의 경우. 나는 뭘 선택했을까 나라면 그걸 먹었을 것 같다는 생각에 Y의 경우의 페이지를 펼쳤다. 아슬아슬하게 그 쿠키를 먹는 걸 성공하는 부분부터 내용은 다시 시작되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그녀와 결혼하기 직전으로 돌아가, 뭐라 말할 수 없는 기시감을 느껴 아버지의 결혼을 말리지만, 결말은 크게 다르진 않았다. 아버지는 성폭행 혐의로 다시 큰집에 들어가셨고, 할머니는 그가 결혼을 말려서 아버지가 감방에 들어갔다고 생각하신다. ‘그 때, 아버지의 결혼을 말리지 않았다면 행복하지 않았을까’ 후회하며 쓸쓸하게 끝났다. N의 경우는 읽지 않았다. 어쩐지 언제나 가부의 갈림길에 놓여 선택하고 후회하는 나와 겹쳐보였다. Y를 읽고 N으로 곧바로 바꾼다면 안 될 것 같은 묘한 기분이었다. 인생은 게임이 아니니까. 리셋은 불가능하니까. 되뇌이며 덮었다. 두어 달쯤 지났을까 책은 내 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펼쳐들었다. 그때와 같이 오싹했다. 다 읽고 나는 N의 경우를 펼쳤다. 주인공은 누명을 해소하지만 학교에는 이미 모녀를 성폭행한 파렴치범으로 낙인찍혀 권고전학을 받는다. 그는 퇴학을 선택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는 자신의 버릇이 고쳐지는 걸 느낀다. 대쉬도 받는다. 한 고객이-여자였다- 건네준 빵을 받아, 먹으려던 그 순간, 그는 익숙한 필치를 봤다.Wizard bakery.그 가게였다. 행복한 얼굴로 달려가며, N의 경우는 끝났다. Y의 경우를 읽고 허탈해 했던 것과는 달리, 찌르르 울리는 느낌이었다. 나라면 저럴 수 있었을까 마지막 희망이라고 할 수 있던 타임 리와인더가 깨지고, 파렴치범으로 몰린다면 저렇게 될 수 있었을까 아닐 것 같다. 나는 아무래도 선택한 일의 무게에 눌려 움직이지 못하는 범인(凡人)이니까. 어쩌면 주인공의 어머니와 같은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선택이다. 마치, 삶처럼. 삶도 Y/N으로 구성되어있다. 태어남부터, 죽음까지. 위저드 베이커리는 그런 점에서 삶의 축소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점장은 고객에게 말한다. 모든 선택에 따른 부담은 고객의 것이라는. 그러면서 나에게도 말했다. 모든 선택에 따른 부담은 나의 것이라고.
삶이라는 OX시험에서 만점은 없지만, 만점에 가까운 점수는 있지 않을까 비록 이때까지 만점과는 거리가 멀게 살아왔다지만 지금부터라도 노력하면 눈을 감을 때는 ‘아, 정말 훌륭한 인생이었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난 그걸 위해 지금부터라도 정답에 가까운 선택지를 고르려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