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내게로 왔다` 독후감입니다 시가 내게로 왔다

느낌표에서 추천하는 책이 아니였다면 평생 시집은 읽게 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시를 통해 즐거움을 얻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입학하고부터는 더더욱 시를 접해볼 기회가 없었다. 초,중학교 시절 나는 시를 배우는 시간이 싫었던 것 같다. 이 구절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고, 이 단어는 복선이다, 이 시의 전체적인 의도는 무엇이고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있다, 등등의 무언의 배움이 싫었던 것이다. 의도적으로 맞추어진 듯한 글자수, 무언가 공통된 의미를 간파해야만 한다는 부담감. 중학교 때까지의 국어교육은 그 틀을 벗어나 본 적이 없었다. 한용운 님의 무슨 시에 있는 무슨 단어는 어떠한 의미인지 알아야 했고, 특정 시에서의 특정 단어가 다른 시에서의 어떠한 단어와 같은 의미인지 파악해야만 했다. 길은 단 하나 밖에 뚫려 있지 않았기에 나에게 시를 읽는다는 것은 머릿속에 무언가를 억지로 구겨 넣기 위한…(생략)

할 수도 있었고 또 내가 그가 얘기하는 느낌의 순수함에 더 감동 되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시는 두편이 있는데, 하나는 여자라는 단어가 무지 많이 나온 `한 잎의 여자`이고 또 하나는 여동생을 그리면서 쓴, `김수영을 추모하는 저녁 미사곡`이다. 일부러라도 시 한편 읽고 지나가는듯 한 계절이 되어 뿌듯하다. 시는 언제나 내 곁에 있었지만 나는 시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어쩌면 무료함을 다스리기 위한 방편으로 허위적인 사랑을 키워왔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보지 못했고 느끼지 못했던 시들이 나로부터 한 발 물러섰다. 이제서야 비로소 나는 무언가를 느끼고 시를 읽는 즐거움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아무 말이나 써도 되는 정답없는 시험지를 받아들고 신나게 낙서를 하고 있는 기분으로, 그렇게 나의 시 읽기는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