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장군과 북벌을 읽고 윤관장군과북벌

책이름 : 윤관장군과 북벌
출판사명 : 범우사
저자 : 임중빈
-민족주의와 영웅에 대한 재인식-
윤관장군과 북벌을 읽고
나는 민족주의와 영웅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민족주의는 인류 갈등의 큰 원인이자 국가 지배층을 위한 민중 규합 수단이라 생각했고, 영웅은 대게 허구적으로 꾸며질 뿐 아니라 독선적 태도를 지녔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민족주의와 영웅을 저급한 발상으로 생각하던 나는 이<윤관 장군과 북벌>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큰 반발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인‘타민족 정벌을 통한 국위 선양’은 민족주의적 명제의 전형이었고 윤관에 대한 작가의 태도는‘영웅 만들기’그 자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의 반발심은 곧 의문으로 바뀌었다. 나의 생각이 잘못 된 것은 아닐까. 민족주의나 영웅이 완전히 무가치하다면 이러한 책이 나올 수 있었겠는가…(생략)

하고 여진족과 화친할 것을 주장하였을 것이다. 윤관이 국경 지역의 백성들이 겪는 피해에 분개하여 전국의 백성을 모아 별무반을 조직하고, 변방에 나가 목숨을 걸고 싸운 일은 결코 지배 계급 몇몇을 위한 행동이라고 볼 수 없었다. 이는 분명 진정한 민족애의 발로였던 것이다.
이 책을 통해‘영웅’에 대해서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내가 영웅의 존재를 싫어했던 가장 큰 이유는 영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허구적일 때가 많기 때문이었다. 영웅을 그리는 책들은 대게 그 인물의 장점을 매우 크게 과장하면서도 단점에 대해서는 거의 서술하지 않는다. 최근에는‘완벽한 영웅’을 그리는 경향이 많이 사라져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윤관 장군과 북벌>에서는 그런 경향이 매우 강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나름대로의 의미는 있다는 것을 느꼈다. 역사적 인물에 대해 배우는 것은 교훈을 얻고 자기 삶의 지침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전기 작가는 역사적 인물을 그릴 때에 배울 점만을 강조함으로써 그러한 목적 달성을 더욱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전기만이 넘쳐난다면 다른 측면에서의 교훈을 잃는 것이 되겠지만, 요즘처럼 전기가 사실성을 더해 가는 때에‘완벽한 영웅’을 그리는 책도 존재하여 다양성을 유지하는 일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영웅-그렇게 불리는 사람-은 독선적이고 권위주의적이라는 것이 평소 내 생각이었다. 하지만 부하장수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중요한 전투를 승리를 이끌어 내는 윤관 장군의 모습은 나의 인식이 단순한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충분했다. 특히 결정적인 것은 왕으로부터 윤관에게 내려진 퇴각 명령이 간신들에게 떠밀려서 이루어진 것을 알면서도 명령을 따른 사실이다. 동북9성 개척은 그가 평생 동안 신념을 가지고 이룩한 일이었다. 윤관이 정말로 독선적인 인물이었다면 자기에게 주어진 병력을 가지고 무슨 짓을 했을지 모르는 일이다.
이상이 내가 <윤관 장군과 북벌>을 통해 민족주의와 영웅에 대해 새롭게 인식한 내용이다. 애초에 지나치게 민족주의와 영웅을 싫어했기 때문에 두 대상에 대해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계기가 된 듯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열렬한 민족주의자가 되었다거나 영웅주의자가 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다원주의다. ‘민족주의’와 ‘영웅’도 다른 관점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상황에 따라 취할 수 있는 관점이라는 것을 의식적으로 인정하게 된 것이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편견을 갖는다는 것은 무궁무진한 앎의 가능성에 대한 스스로의 차단이고, 편견을 버리는 것은 무궁무진한 앎의 세계를 받아들일 준비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윤관 장군과 북벌>은 나에게 매우 가치 있는 경험을 하게 해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