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쓰기 - 건우에게 모래톱이야기

건우에게
건우야 안녕? 나는 반친구 자경이야. 요즈음 잘 지내고 있니? 지금은 장마철이잖아. 비가 억수같이 내려서 네가 살고 있는 섬마을이 큰 피해를 입었을텐데... 우리집에도 화장실에 빗물이 고여서 사용하기 여간 불편한게 아니거든. 근데 더욱 염려되는 것은 네가 며칠째 학교에 안 나온다는 것이야. 아니 몇 주일은 훨씬 넘은 것 같아. 네 책상 위엔 책 한 두 권만 고스란히 놓여 있는 걸 볼 때마다 이빨 하나 빠진 것처럼 허전하단다. 혹시 무슨 큰 일이라도 있니? 네 소식은 끊긴 지 통 오래라서 무척 답답해. 우리 선생님께서도 학교에 오실 때마다 맨 먼저 네 얼굴을 찾으시더라. 그러나 네가 없음을 확인하신곤 곧 근심에 빠지신단다. 선생님께선 무언가 알고 계신 듯한에 우리에게 말씀을 안하시니 더욱 답답할 수 밖에... 그런데 다행히도 어제 네 소식을 조금이나마 접할 수 있었어. 종례시간에 선생님께서 입을 여셨어. 너의 섬에 …(생략)

우리가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도 보호받으며 살아왔나 싶어. 그리고 넌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이 이겨낼 수 있는 기상을 지닌 것 같아. 만약 내가 너같은 상황이라면 무척 힘겨워하고 버거워할꺼야. 왜냐하면 난 조그만 일에도 쉽게 지치는 편이거든. 친구들도 그렇겠지만 시험을 망치게 되면 다음번엔 잘 치겠지라는 생각보다 또 이런일이 있을 거라며 쉽게 낙심하며 힘들어하지. 그리고 하루 종일 우울해져.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한 것 같아서 말이야. 근데 네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 이야긴 아무 것도 아니야. 그리고 너에게서 깨달은게 있어. 뭐냐구? 행복의 잣대는 성적만이 아니란 걸 ... 뛰어난 성적보다 가족이 무사히 내 곁에 있다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말이야.

건우야, 걱정 말아라. 분명히 할아버지께선 곧 감옥에서 풀려나실 거야. 우리들은 너를 생각하고 네가 잘 되기를 간절히 빌고 있단다. 우리가 더욱 바라는 것은 네가 학교에 돌아와서 예전처럼 밝고 명랑한 소년이 되는 것이란다. 하루빨리 너의 해맑은 얼굴을 보았으면 한다. 보고싶다. 건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