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쓰기 - 구운몽 구운몽편지

구운몽 읽고
보고 싶은 동생 **이에게.
안녕, **아. 누나야.
어제가 살랑 바람이 불어대던 날이었는데 어느 덧 그 바람이 한껏 더워진 여름이 다가왔구나. 작열하는 태양 아래 고개를 숙이던 것이 바로 어제인데 이곳은 오늘부터 장마라고 하루 종일 짙은 구름에 비만 쏟아지고 있단다. 집은 어떠니? 그곳도 비가 오니? 날씨도 궂은데 할머니와 부모님은 잘 계시는지 모르겠구나.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첫 시험을 보고 난 후에 누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 내가 지금까지 산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살아야 할 그 날들에 대해서 말이야. 누나는 이제 겨우 16해를 살아왔어. 하지만 그것은 모두 온실 속의 화초처럼 곱게 훌륭한 부모님 밑에서 자라온 것이지. 하지만 앞으로 남은 내 인생은 더 이상은 부모님께 의지할 수 없는, 나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할 미지의 세계야.
그리고 나는 그 미지의 세계를 내가 원하는 방향…(생략)

불교에 귀의한다는 내용이야.
인생무상.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는 `그래, 어차피 죽으면 끝나는데 뭐 지금 다 열심히 할 필요가 있나.`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지.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물질적 풍요나 부귀 영화만 쫓는다면 결국 허망하다는 거야. 나는 그 뜻을 깨닫고는 가슴이 뜨끔했었어. 나도 성인이 아닌 평범한 한 인간이기에 물질적 풍요를 쫓고 부귀영화를 꿈꾼 적이 많기 때문이지. 인생무상. 다 필요 없으니 대충 살자는 의미가 아닌 오히려 더 열심히 살아야 된다는 의미임을 나는 성진의 삶을 통해서 배우게 되었어. 왜냐면 나중에 후회하는 것은 더 좋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공부하는 것-을 열심히 하고 커서 사회 봉사 등(성진은 불도를 통해 봉사를 하지)을 하면 부귀 영화에서 오는 인생의 무상함, 본능적인 욕구에서 오는 물질적 추구 등은 순화된 정서와 고양된 정신으로 달랠 수 있다는 생각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지.
나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나의 삶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은 무엇인지, 물질적 풍요나 부귀 영화는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인간의 참 행복의 원천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했고 조금이나마 그 답을 깨닫게 되었어.
지금도 누나는 나태해지려는 나를 변함없이 질책하고 또 다시 가는 선 안으로 누나를 가두려 하고 있어. 하지만 이것은 미래의 화려함을 누리는 나를 위해서가 아닌 그 화려함과 부귀 대신 우리 나라와 전 세계의 발전을 위해서, 그리고 나보다 못한 사람을 돕기 위해서야. 인생의 목표가 물질적인 것이 아닌 이런 정신적인 것이라면 마지막 숨을 내쉴 때까지 허무함이나 허망함은 느끼지 않을 꺼라 누나는 생각하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렇기 위해서는 세상의 모든 것에 너무 욕심을 낼 필요도 없는 거지.
혹시 너도 조그만 점에 너를 가두고 있지는 않니? 만약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렴. 만약 네가 고민과 갈등에 빠져서 그렇다면 인생 무상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삶의 활력을 되찾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며, 한껏 네 인생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면 이것이 네 미래에 대한, 네 삶에 대한 경계와 교훈이 되어 줄 꺼야.
지금 내가 느끼는 이 희로애락이 모두 꿈과 같이 덧없는 것이니 너무 작은 일에 흥분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뇌리를 스친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많은 시련과 고통을 직면하게 돼. 벼랑 끝에 내몰린 듯한 위기의 상황에서도 우리는 상상-꿈-을 통해 그 고통의 현실을 벗어날 수 있고, 또 극복할 수 있어. 즉 인간으로 하여금 상상을 통하여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거야. 구운몽이 보여주고자 한 것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비록 시대에 따른 삶의 방식이나 인간 관계 등은 오늘날 우리의 것과 많은 차이가 있지만 시공간을 초월해서 인간 누구에게나 감동을 안겨 줄 수 있는 깊은 생각. 그 생각을 가지고 순간 순간을 현명하게 살아간다면 아마 우리는 마지막까지 진정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항상 이 시간 시간에 너에 대해서 생각해 보렴. 언제 시간이 나면 꼭 한번 구운몽을 읽어보고 너도 인생무상의 참 뜻을 마음으로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