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쓰기 - 그림에 대한 정열을 가진 사나이♥ 달과 6펜스 사니이

그림에 대한 정열을 가진 남자, 스트릭랜드
안녕하세요. 스트릭랜드 아저씨.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혹시 하늘에서도 그림에 열중하고 계신 건 아니겠지요. 아저씨의 그림은 이제는 아～주 유명해져서 많은 사람이 아저씨의 그림을 비싼 값에서라도 사려고 한답니다. 기쁘시지요?
아저씨는 정말 그런 평범한 생활에서 어떻게 그렇게 모든 것을 버리고 그림만을 위하여 파리로 가실 수 있으셨어요? 보통 평범한 생활에서 사는 사람들은 거기서 만족하고, 더 이상 다른 걸 바라지 않는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물론 아저씨처럼 예외인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요. 저는 소중한 가족까지 버려 가며 제가 좋아하는 일을 실현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하지만, 만약 할 수 있었다고 해도 그렇게 냉정하게 파리로 떠나지는 않았을 거예요. 아주머니께서 몹시 슬퍼 하셨잖아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열중하는 것은 아주 좋지만 그건 너…(생략)

그 험담이 진심이었는지 참 궁금해요. 설마...예술을 하시는 분들은 모두 예민하고, 자존심이 세다 하지만 친구에게 험담을 잘 늘어놓는다는 것은 처음 들어보기 때문이에요.
아저씨께서 여자에게 바라는 것은 그냥 가만히 내버려두는 거라고 하셨지요? 저도 비슷한 의견이에요. 하지만 아무도, 어느 누구도 저에게 관심을 써 주지 않는다면 무척 슬플 것 같으니까 저는 지금 이 상황에 아～주 만족해요. 이런 조건을 갖춘 여자는 아마 없지 않을까요? 저 역시 누군가에게 관심을 쏟아 주기 마련이니까요. 그런데 아저씨의 맘에 드시는 분도 계시더군요. 아타 아주머니 말이에요. 원주민 여자, 아타. 아저씨는 그동안의 생활이 아주 행복하셨을 거라 생각 되요. 원하는 아내에 좋은 환경. 뭐, 그림 그릴 도구가 부족하다는 것에 한해서는 무척 좋지 않으시겠지만...나병에 걸리셨다고 들었을 때는 무척 걱정이 되었어요. 아저씨 같이 건강해 보이시는 분이 그런 병에 걸렸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고, 아저씨께서 좋아하시는 그림을 좀 더 그릴 수 있기를 바랬고 또 아저씨께서 옛날 런던에서의 그 점잖은 증권 중개업을 하시는 분으로서 남아 있다면...아마 이런 병 같은 건 걸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저씨께서 이런 나쁜 나병이라는 병에 걸리시면서 까지 벽에 그리신 그, 걸작... 코트라 의사 아저씨께서도 정말 세게의 시초, 에덴의 낙원, 아담과 이브라고 표현할 정도였는데...상상이 가질 않아요. 어떤 기분일까요.
아저씨. 지금껏 제 편지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아마 아저씨께서는 그 특유의 성격으로 저의 글, 아니 문장 문장마다 코웃음을 치실 지도 모르고, 또 조금은 건방진 제 태도에 대해 화를 내실 지도 모르겠지요. 아저씨의 성격을 말로 표현하자면 직.진 이예요. 말 그대로 앞으로만 곧게 나가시잖아요. 다른 이들의 의견은 무시하신 채 말이에요. 하지만 가끔씩은 다른 사람의 말도 들어주세요. 그럼 더욱더 멋진 화가가 되실 수 있으실텐데요. 가끔씩은 옛 부인이신 스트릭랜드 아주머니께도 찾아가보시구요.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더 좋은 그림 많이 그리기를 바랄게요.

2003년 0월 0일…
아저씨를 알게 된 한 소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