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쓰기 - 그여자네집 곱단이가 쓴 편지 곱단이의편지

전쟁터에서 고생하고 계실 그리운 만득 오라버니에게...
그리운 만득 오라버니.. 이 편지가 만득 오라버니에게 전해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오시게 될지도 모르는데 제가 이렇게 떠나버린다면 저에게도 오라버니에게도 두고두고 마음에 짐이 될까봐 이렇게 짧게나마 편지를 남기려 합니다. 오라버니가 전쟁터로 나가시고 나서 오라버니 걱정에 하루도 마음 편할날이 없었답니다. 오라버니께서 떠나고 난 뒤 마을에 흉흉한 소문이 많이 돌고 있습니다. 한 처녀는 정신대를 피하려 하다가 죽었다고도 하는데 저희 부모님께서 그 소문을 듣고 얼마나 놀라셨는지 오라버니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빨리 혼인을 시키는 것이 정신대를 피하는 길이라고 하시며 서울에 계신 큰오빠께 신랑감을 부탁하셨습니다. 오라버니께서 돌아오면 마을사람들의 축복 아래 혼인하자던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 없는 제 마…(생략)

이렇게 오라버니와 혼인을 하지 못하게 된 것도 참으로 아쉽습니다. 오라버니께서 그러셨지요. 사랑하기 때문에 혼인을 할 수 없는 거라구요. 이제야 그 말이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사랑하면 다른 사람이 불행해지는게 싫은 법이니까요. 오라버니..저는 내일 혼인을 하고 떠나게 됩니다. 이렇게 헤어져야 한다는 현실이 마음 아프지만 앞으로도 부디 건강하시고 하루빨리 고향으로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오라버니와의 행복했던 추억들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겠습니다. 오라버니도 부디 좋은 인연 만나셔서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더 많은 날들을 함께 할 수 없다는게 너무나도 아쉽지만 언젠가는 만날 수 있으리라고 믿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오라버니 정말 사랑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오라버니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곱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