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쓰기 - 김강사와 T교수 김강사와 T교수

김강사와 T교수
식민지시대의 지식인 김만필씨에게..
안녕하세요 김만필씨. 저는 김강사와 T교수라는 소설속 가상의 공간에서
당신을 만나고 이렇게 편지를 띄웁니다.
우선 당신이 어렵게 들어간 S전문학교의 강사직에서 ?겨나게 된점은 정말
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당신같은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이
라도 최소한의 생계나 생활을 보장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럼에도 제가
본 당신의 모습은 계속해서 지식인으로서의 자존심만을 내세울뿐 현실에서
의 이익이 어떠한 것인지를 모르고 계신 것 같습니다. 물론 당신에게 H과장
의 권력의 끈나풀 역할이나 하고있는 T교수처럼 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저
역시 T교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식인의 자존심은
식민지시대라는 현실에서는 어딜가도 환대받지 못합니다. 오히려 책상물림이
나…(생략)

과자상자를 산일도 알고 있습니다. 제
가 알기로 결국 엉뚱한 사람에게 주고 마셨더군요...당신의 마음도 지금 무척
착찹하시겠지요. 당신이 생각했던 사회생활이라는 것과 냉정한 현실과는 많
은 차이가 있으실테니까요.. 그렇지만 이런 괴리감을 느꼈을지라도 당신이
어느정도의 융통성을 가지고 이겨나가려고 조금만더 노력하신다면 좋은 결
과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당신이 가지고 계신 지식인의 순수함과 자존심을
지켜드리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당신께 이런 말을 드리는 이유는 현실
을 제대로 보라는 충고를 해드리고 싶어서입니다. 현실을 등한시하는 지식인
은 이미 당신이 경험하셨겠지만 사회에서 낙오되고 맙니다. 자신은 아니라고
우기고 내가 제대로 된 지식인의 모습이라고 우긴다 해도 사람들의 눈에는
그런 지식인은 그저 사회적 낙오자일 뿐이요, 책속에 파묻혀 현실을 모르는
한곳밖에 볼줄 모르는 사람으로 비취질 뿐이지요. 저는 당신이 다른 많은 지
식인들처럼 사회에 동참하지 못하고 유리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스즈키
같은 학생이 세상엔 많습니다. 당신같은 지식인을 필요로 하는 곳 또한 많다
는 이야기입니다. 너무나 곧은 대나무는 웬만한 비바람엔 꿈쩍도 않지만 결
국 더 거센 바람이 오면 부러지고 말지요. 사회생활에선 때론 대나무같은 기
질이 때에따라 환영받기도 하고 무시당하기도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당신
께서 부디 이번의 쓰디쓴 아픔을 마음에 새기고 사회생활을 하는데 조금이
나마 융통성을 발휘해서 자연에 뭍혀 책만읽는 선비가 아니라 직접 사회에
뛰어들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살아있는 지식인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