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쓰기 - 빨강머리앤 빨강머리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앤에게
안녕! 앤. 너를 책으로 볼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 넌 정말 이름그대로 너무나 특이한 아이인 것 같아. 너를 처음 만났을 때 그 감정과 너무나 흡사하지. 다른 사람이 한마디라도 하면 그에 관해서 넌 무엇이든 말하지. 너의 추억, 너의 상상력을 통해서 말이지. 정말 놀랐던 것은 네가 장소 하나 하나마다 너의 느낌대로 이름을 지었다는 거야. 그건 정말 놀라운 것이 아닐 수 없었어. 기쁨의 호수, 행복의 오솔길 같은 거 말이야. 때론 너의 그 많은 수다가 지겨울 때도 있었지. 너도 알지? 너의 수다는 한 페이지를 넘기는 것을. 하지만 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 너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남모르는 아픔을 갖고 있었던 거야. 고아. 남자를 원했던 아주머니에게 너는 황당한 존재였겠지. 다시 고아원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하고 생각했던 널 생각하면 참 안쓰러워. 그런데 그렇게 밝게 자랄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하…(생략)

이거든. 하지만 넌 나비가 고데기 안에서 탈피하듯이 넌 하늘로 비상하려 애쓰지. 학교에서도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으로, 아주머니에게는 어머니로써 다정하게 대하고 마을사람들을 마치 자신의 가족인양 생각하는 그 모든 것이 나에게는 충격이었어. 솔직히 난 세상을 살아가는데에 있어서 하나의 작은 돌맹이에 불과하다고 할까? 그렇게 미비한 존재인 것 같았는데 말이지. 그런데 널 보면서 이런 내가 싫어졌어. 무엇보다 자신의 삶을 개척할 수 있는 힘과 정신이 있는데 이렇게 나약하게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너무 무의미한 일인 것 같아. 분명, 너처럼 훌륭하게 될 수는 없겠지만 나도 너처럼 하루하루를 보람차게 살고 싶어. 새벽 아침공기에 상쾌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모든 것을 베풀어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싶어. 앤. 너의 전세계의 소녀로 부터 사랑을 받는 아이야. 물론, 지금은 어른이 되고 말았지만. 하지만 앤 너는 언제나 나에게는 사랑스러운 아이. 너가 존재함으로서 모든 세상에 밝음이 찾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앤. 나를 지켜봐주길 바래. 언젠가 너와 같은 위치로, 밝은 웃음을 띄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 테니까. 알겠지?
그럼, 길버트와의 멋진 생활을 하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