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쓰기 - 앤에게 빨간머리앤

수다스러움이 매력인 앤에게
안녕, 앤.
나는 대한민국 대구에 살고있는 열 아홉살, 고3인 아람이라고 해.
너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아주 어려서부터 너를 잘 알고 있었어. 어렸을 때는 만화를 통해서,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난 후에는 소설을 통해서 말이야. 그래서 너에 대해 무척 잘 알고 있단다. 요즘 그린 게이블스의 날씨는 어때?
네 이야기를 무척 여러 번 읽어보았지만, 역시 읽을 때마다 항상 네가 부럽다고 느꼈어. 빨간 머리에 주근깨를 가진, 수다스럽고 엉뚱한 고아 소녀인 너의 어떤 점이 부러운지 묻는다면 난 이렇게 대답할거야. 항상 밝고 명랑한 모습. 그게 가장 부러운 점이라고. 요즘 내게 가장 부족한 부분이 바로 그것이거든.
너는 부모님도 안 계시고 또 고아라는 이름 아래 참 힘들게 살아왔을 테지만 그래도 밝고 쾌활한 모습을 잃지 않고 있잖아. 물론 너의 그 매력적인 수다스러움과 무수히 많…(생략)

그래서 조금씩 너를 닮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어. 집에 돌아오면 네가 아저씨, 아주머니께 그랬던 것처럼 나도 부모님께 그날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전해 드리곤 해. 물론 너처럼 그렇게 수다스럽게는 말고~ 내가 전해드리는 그런 사소한 일들 하나 하나에 기뻐하시는 모습들을 보면서 왜 그 동안에는 이렇게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나 쉬운 일인데 말이야.

네가 처음 그린 게이블스에 왔을 때, 생각나니? 매듀 아저씨와 매릴러 아주머니께서는 일손을 거들어줄 사내아이를 원하셨는데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도착한 사람은 너였잖아. 결과론 적이긴 하지만 그때 아저씨, 아주머니께서 너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은 무척 잘한 선택이었어. 그분들께도, 너에게도. 너에게는 가족이 생겼고, 또 네가 와서 두 분만 사시던 집은 활기가 넘치고 사람 사는 집다워졌으니까. 물론 가끔 너의 엉뚱한 사고가 있긴 했지만... 그런 일들이야말로 살아있다는 증거아니겠어? 하긴, 사고가 좀 심하긴 했지? 다이애너에게 포도주를 마시게 해서 다시는 서로 만나지 못할 뻔하기도 했잖아. 그러니까 이제 조금은 자제하라고~

앤, 너희 집처럼 우리 집도 단 세 식구야. 그래서 네가 아저씨, 아주머니께 해드린 일들이 모두 나의 몫이기도 해. 이제부터라도 내가 노력해서 우리 집을 그린 게이블스처럼 밝고 행복한 곳으로 만들 거니까. 지켜봐 줄 거지?

그럼 나중에 또 편지할 때까지 몸 건강히 잘 생활하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