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쓰기 - 어린왕자 어린왕자편지글

어린왕자편지글
수없이 많은 별들이 밤하늘을 가득 메우고서 작은 물방울처럼 반짝이고 있는, 정말로 안타까우리 만치 아름다운 밤이야. 그 별들을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이슬처럼 맑은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서, 순간 온 몸을 감싸는 행복에 취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너에게 글을 쓰고 있어. 비록 나의 이런 행동이 티없이 맑은 유리 거울에 얼룩을 묻히는 짓에 불과하다는 걸 알면서도 너와 함께 하는 순간순간에 내 온 몸으로 밀려오는 감동의 전율과 두 뺨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어찌할 수가 없기에 감히 이렇게 펜을 든 거야. 하지만 행여나 나의 이 편지가, 자신의 소중한 장미꽃과 어린양과 함께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을 어린 왕자를 놀라게 하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워. 이미 더러움에 찌들어버린 마음에서 나오는 글들이니까…….
맨 처음 우주의 어느 어린 왕자가 사는 조그만 별과 그 왕자의 여행 이야기…(생략)

가듯 급행열차를 타고 달려가는 사람들에게서,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는 모른 채 단지 태어났기에 살고 살아있기에 달리는 그런 가엾은 현대인의 모습을 발견했던 거야. 그게 바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니까 서글퍼지더구나.

하지만 다른 그 무엇보다도 내 마음을 아프게 했던 건, 1분에 하루가 지나가는 작은 별에서 가로등을 숨가쁘게 켰다 껐다하는 어느 점등인의 이야기였어.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을 위해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지친 그의 모습이 지금의 내 모습과 너무도 닮았거든…….

이렇게 나는 너와 함께 그 슬픈 여행을 하면서 비로소 지금의 내 모습이 어떤지 알게되었을 뿐만 아니라 너의 순수한 마음을 통해 내 마음이 얼마나 찌들어 있었는지 깨닫고, 나 자신을 반성할 수도 있었어. 정말로 정말로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네가 첫눈에 그 의미를 알아차렸던 보아 뱀의 그림을 나 또한 이상하게 생긴 모자라고 생각했었거든. 하지만 어찌 보면 숫자를 사랑하고 숫자에 집착하는, 심지어 해맑은 아이들의 느낌조차 숫자로만 평가하려는 어른들 사이에서 살아온 나로서는 당연한 일인지도 몰라. 사실 사랑의 깊이나 눈물의 가치 그리고 우리들의 꿈의 크기처럼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건 너무나 많은데 말야.

뿐만 아니라 넌 구멍난 상자 그림에서도 그 속에 있는 양을 볼 수 있었지. 난 그때서야 깨달았던 거야.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눈은 학문도 연륜도 아닌 때묻지 않은 순수함에서 나온다는 걸 말야. 그리고 마음으로 보아야만 바르게 볼 수 있으며, 빨간 얼굴의 뚱뚱보 신사의 덧셈보다는 꽃과 양의 전쟁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에 사막이 아름답다는 것도 모두 너와의 만남을 통해서 처음으로 알게 된 진리였어. 그런 너의 앞에서 지금껏 사막에 우물이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고 스스로 그 우물을 찾아 목을 축이려고도 하지 않았으며 그저 메마른 모래 언덕만 바라보다 주저 앉아버린 나의 부정적인 생각들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언젠가 넌 말했었지. 수백만 개의 별 중에 단 한 송이밖에 없는 꽃을 사랑한다면 그 사람은 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할 거라고. 그래서 나는 밤만 되면 행복하단다. 하루 종일 가치 없는 행동들만 되풀이하고 의미 없는 말들만 내뱉던 사람들이 모두 잠든 후에 침묵에 싸여 밤하늘을 쳐다보면 그 별들 중 어딘가에서 네가 웃고 있으니까, 내가 외로워서 두 손을 내밀 때마다 너는 그 곳에서 마음으로 내 손을 잡아주니까. 그런 의미에서 넌 그리운 내일에 대한 또 하나의 아름다운 언약으로 내 마음속에서 영원할 거야. 진심으로 진심으로 너에게 감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