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쓰기 - 어린왕자에게

어린 왕자님께.
안녕하세요, 어린왕자님-
여전히 잘 지내시나요?
저는 오래 전 여행에서 당신이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별인 `지구`에 사는 사람이랍니다.
제가 사는 곳은 요즘 초록빛 나무들이 무성하게 잘 자라 무척이나 아름다워요.
(구체적으로 `한국`이라는 곳에 산다던가, 고등학교 3학년으로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던가 하는 것은 말씀드려도 이해를 못하실 테니까 그런 것은 그냥 제쳐두기로 할께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볼 때 그 별 어딘가 당신이 계실 것을 생각하면서 즐거워하는 사람`이라는 정도로만 제 소개를 해두는 게 좋겠네요.)
꼭 다시 한번 지구를 방문해 주셨으면 해요. 그땐 제가 사막보다 아름다운 곳으로 안내해 드릴께요.
지난번에 어린왕자님이 여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는, 또 다른 세상에 대한 호기심뿐만 아니라 일명 `모순덩어리` 장미양과의 갈등도 적잖이 포함되어…(생략)

라던 ㅡ 불쌍하기까지 했던 ㅡ 바보 왕,

박수를 치면 모자를 벗으며 인사하는 허영쟁이 아저씨 ㅡ 자기 혼자밖에 살지 않는 별에서 자신이 가장 존경받고 있다며 즐거워하던 사람이죠. 진짜 존경받는다는게 어떤건지도 모르면서 말예요. ㅡ.

그리고 주정뱅이 아저씨 ㅡ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신다는 그에게 왕자님이 무엇이 부끄럽냐고 물었더니 술을 마시는게 부끄럽다던 대책없이 황당한 분이셨지요. ㅡ 삶의 방향을 알지 못하고 혼란과 방황을 겪는 우리별 사람들의 모습과 다름없어요.

밤낮없이 부지런하게도 별을 세는 사업가도 있었지요. 별 센다고 해서 낭만적인 사람인줄 알면 정말 큰 오산이죠. 몇만, 몇억 단위로 별을 세서는 그 숫자를 종이에 꼼꼼하게도 기록하여 금고에 넣어두고는 자신이 별들을 소유하는 것이라며 뿌듯해하던, 그런 사람이었지요.
그 사람은 그렇게 무의미한 작업을 쉴새없이 반복하더군요. 진정한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조금도 알지 못하는, 그야말로 보이는 것만을 쫓는 사람들의 모습을 대표할만해요.

뭐, 그 중에는 자신의 맡은 일에 (지나치게) 충실하던 가로등 켜고 끄는 아저씨도 계셨지만그것 역시 무의미한 작업에의 집착으로밖에 보이지 않더군요. (해가 몇 초만에 떴다 졌다 하는 별에서 전기세만 낭비하는 게 아닌지?!) 지나치게 경직된, 그리고 유연성 없는 우리들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듯 해요. 잠시 숨 돌릴 여유조차 없이 바삐 앞만 보고 달리는 모습과도 다를 바 없이 보이더라구요. 그렇게 여유 없이 막 내달리다 보면 결국 목표를 생각할 틈도 없어지고 그러다보면 결국은 효율성도 떨어지게 될텐데 말이예요.


아아, 슬프게도 지구는 이런 사람들로 가득하답니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가장 순수해야할 어린이들마저도 요즘은 많이 변했어요.

부정적인 면들에 대한 언급만 반복해서 우리 지구의 이미지가 많이 나빠질 거 같군요.
하지만 이상한 사람들 모두가 마음이 나쁜 사람들인 건 아니랍니다.
세상에 길들여져 살다보니 그런 틀에 맞춰져 적응되어 버린 사람들이 더 많아요.
그럼 대체 이렇게 되어버린 원인은 어디 있는 걸까요? .........


지금 우리별에는 어린 왕자님의 순수함이 절실히 필요하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가 잊어가고 있어요.
저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 순수를 점점 잃어가고 있어요.
언제나 어린왕자님처럼 변함없을 수 있다면 좋겠는데 말예요.

언젠가 꼭 다시 한번 방문해 주세요.
그 맑은 영혼 아주 조금만이라도 저희에게 담아 주시기를...

당신의 작은 별에 계속 웃음만이 가득하길 바라겠어요.

지구에서 당신을 그리워하는 어떤 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