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쓰기 - 키다리 아저씨 독후감 키다리 아저씨

상상의 날개를 가진 소녀 주디에게
(`키다리 아저씨`를 읽고...)
창 밖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이 코끝으로 스미어온단다. 제법 가을 냄새가 전해지는 것을 보니 가을은 어김없이 우리의 곁을 찾아온 것 같구나. 교실 밖으로 펼쳐진 높고 파란 하늘은 손을 뻗어 만져보고 싶을 만큼 아름답고 가을 바람에 몸을 맡기듯 살랑거리는 나뭇잎은 나의 기분까지 상쾌하게 해주는 듯하다. `언제 가을이 오려나`하고 기다렸던 나의 바램들이 무색할 정도로 가을은 나에게 희망을 가져다주는 계절인 것 같다. 주디야. 너도 나처럼 가을의 정취에 취해 너의 상상력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느라 정신이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가을 풍경을 바라보니 맑고 천진한 너의 모습이 떠오르는 듯하여 이렇게 펜을 들었단다. 오늘 내가 너에게 보내는 마음의 편지 또한 가을의 시원함처럼 놀라움을 남길 수 있는 편지였으면 좋겠구나.
주…(생략)

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하면서 용기를 냈고 고아원에의 틀에 박힌 생활 속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개척해나가는 멋진 소녀인 듯 했다. 모든 점에서 완벽하고 풍요로운 사람은 자신보다 낮은 사람을 깔보고 무시하는 무의식 속의 생활이 뿌리깊게 박혀 있단다. 나도 그런 사람의 한명으로서 고아원에서 자란 너에 대해 천시하는 마음을 가졌다는 것이 이제는 후회가 될 정도란다. 그래서인지 너에게 얼굴을 들기가 꽤 미안하구나.
하지만 주디야! 사랑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성숙해진 너의 모습속에서 나는 너에게 배운 상상의 날개라는 것을 펴본다. 그리고 저비 도련님에 대한 따스한 연민의 감정 속에서 아름다운 어른이 된 여자로서의 너를 칭찬해 주고 싶기도 하구나. 저비 도련님이 너의 후원자였던 키다리 아저씨라는 사실이 너에게는 매우 충격적이겠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새로운 사실 속에 침착하게 적응해나가는 너의 참모습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물론 그렇게 되는 과정은 모진 시련이 될 수도 있고 견디기 힘든 비바람이나 거센 폭풍우가 될 수도 있다. 때론 넘어져서 일어나기 힘들때도 있겠지. 하지만 너는 너의 사랑과 꿈, 둘다 놓치지 않는 강인한 여성임을 나는 알고 있단다. 힘들 때마다 내가 너를 격려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라. 나중에 훌륭한 작가가 되면 너의 웃지 못한 이야기들을 책에 담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만일 작가가 되더라도 너의 천진함은 잃지 않겠지?
지금 나의 마음을 살포시 감싸주는 가을 바람처럼 너도 작가로서 다른 사람에게 풍요로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언젠가 너의 날개가 성장을 거듭하여 더욱 굳세어지고 강인해져서 푸르른 창공을 마음껏 날아오르는 그 날엔 나도 너에게 끊임없는 박수로 응원할 것임을 약속한다. 너의 상상력 속에 나를 잠시나마 맡길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맙구나. 그리고 너를 통해 나를 반성하게 해주어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다음에는 저비 도련님을 부르는 너의 호칭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말해주렴.
그럼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며 편지를 마친다. 부디 건강조심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희망을 알리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산 넘어 물 건너 머나먼 곳에 살고 있을 너에게 나의 마음과 가을의 정취를 담아 보낸다.
행복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