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쓰기 - 키다리아저씨를 읽고 주디에게

읽은 책: 키다리 아저씨
To. 주디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 사는 키다리 아저씨의 독자입니다. 책이 편지 형식이길래 독후감도 편지로 쓰는 거예요. 일단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을 읽어보니까 고아원 시절을 정말 싫어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하기야 나이가 제일 많다는 이유로 거의 고아원의 일꾼이 되어야 했었을 테니까요. 그런 가엾은 소녀를 구해 낸 키다리 아저씨가 정말 고맙기도 했을 것 같아요. 저라도 그랬을 거예요. 대학에까지 보내주었으니까 말이에요.
한 달에 한 번씩 답장을 기대하지도 말고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야 한다는 건 어찌 보면 흥미로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꽤나 지루한 일일 것 같아요. 저도 편지 쓰는 것을 아주 좋아하긴 하지만 제가 만약 그런 상황에 처해 있었다면, “이 사람 참 특이한 사람이네.” 라고 생각하면서 무척 쓰기 귀찮아했을 것 같아요.
저도 한때 작가, 소설가…(생략)

난으로 받아들이고요. 몇몇은 제가 못 미덥고요. 몇몇은 저를 이해하지 못하고 또 몇몇은 입이 아주 가벼워요. 그래서 혼자 썩히고 있답니다. 저에게도 키다리 아저씨처럼 그런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에는 정말 반전이 끝내주던 걸요? 어떻게 키다리 아저씨가…… 물론 저보다 훨씬 더 놀라셨겠지만요. 몇 년가 누군지도 모르고 편지를 써댔는데 그 상대가 언니의 사랑이라니요. 처음에는, 솔직히 말해서 이야기가 어떻게 흐르는 건지 잠시 헷갈렸었답니다. 하지만 이해를 하고 나니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더라고요. 세상에 그럴 수도 있나. 그럼 키다리 아저씨, 바로 그 분은 편지를 읽는 내내 킥킥거리면서 웃었을 지도 모르겠네요.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물론 당하는 쪽은 황당했겠지만요.
자신의 편지를 세상에 공개한다는 건 정말 굳은 결심이겠지만 독자의 입장으로서 공개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리면서, 멋진 작가로 이름 내시길 바랄게요. 안녕히 계세요.


From. 한국에서 키다리 아저씨의 독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