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쓰기 -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을 읽고 난 후 편지글 첫사랑을읽고

지나이다에게 보내는 편지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을 읽고-
안녕하세요, 지나이다 언니?
저는 언니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은 한국의 한 학생입니다.
갑자기 이렇게 모르는 사람한테서 편지를 받게 되니, 많이 당황하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너무 당황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비록 서로 얼굴은 모르지만 제가 쓴 편지를 계속 읽다보면 언니도 제가 누군지 알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니까요.
언니가 저를 모르는 것과 반대로 저는 언니를 잘 알고 있답니다. 언니에 대한 이야기는 한국에서도 유명해요. (이런 글을 읽으면 언니는 또 당황하시겠죠?) 투르게네프라는 작가가 언니의 이야기를 ‘첫사랑’ 이라는 소설에 실었기 때문이랍니다.
첫사랑.. 그 소설의 주인공은 블라지미르라는 한 소년이지만, 저는 그 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언니라고 생각해요.
언니, 언니는 블라지미르라는…(생략)

언니가 이 말을 들으면 이상하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제가 사는 요즘 세상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요. 서로 사랑한다면 그 사람이 어떤 위치에 있든지 상관하지 않게 되었거든요.
물론 언니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말하지는 않아요. 언니가 사랑한 사람은 이미 유부남이었고 하나의 가정을 이루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언니가 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충분한 합의를 거쳐서 서로 결혼이라는 결말에 이를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뭐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되물으실 수 있겠지요.
확실히 언니가 살던 시대와 내가 살고 있는 시대와는 서로 많이 다르니까 불가능해보일지 몰라요. 하지만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한번 쯤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었는데 말이에요.
소설을 읽으면서 언니가 참 좋았어요. 언니처럼 밝고 쾌활하고 명랑해져서 다른 사람의 눈길을 확 끄는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 게다가 얼굴도 괜찮고..
그렇지만 저는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언니에게 아쉬운 점 또한 많아요. 이러저러한 면을 고친다면 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하고 말이에요.
편지를 쓰면서 저는 언니에 대해 이러한 생각을 종종 해봅니다.
그럼 저는 여기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지나이다 언니를 생각하는 한국의 한 학생이

제목 : 첫사랑 (저자 : 투르게네프, 출판사 :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