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쓰기 - 형사 아저씨께 형사

[동행]의 형사아저씨께
형사아저씨께
안녕하세요~아저씨 잘 지내시고 계시죠? 혹시 경찰서에서 쫓겨나거나 고생하고 계시진 않으신 가요? 범인을 바로 앞에서 잡지 못하셨으니까 말이죠^^
그런데 이렇게 느닷없이 편지를 받으셔서 놀라셨죠? 저를 아저씨는 잘 모르시겠지만, 억구 아저씨와 동행했던 그 어두운 눈길을 헤쳐나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고3 학생, 김소라라고 합니다. 이렇게 아저씨께 편지를 드릴 수 있다는 게 저도 참 놀라운 사실인데요, 아저씨와 억구 아저씨의 얘기를 읽고 아저씨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생겨서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됐어요.
우선 아저씨와 억구 아저씨가 어두운 눈길을 함께 동행하면서 나눈 대화들은 저를 긴장하게 만들었어요~ 정말 스릴 있는 이야기였죠. 아마 아저씨는 당사자였으까 더더욱 그러셨을 거예요. 그래서 아저씨는 억구 아저씨가 범인인걸 알고는 얼마나 놀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생략)

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억구 아저씨를 체포를 해서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아저씨도 느끼셨듯이 (그래서 억구 아저씨를 풀어주셨겠지만) 6.25전쟁의 최대의 피해자인 억구 아저씨 입장에선 어쩔 수 없었을 거란 생각도 하게 됐어요, 아저씨처럼 억구 아저씨에게도 어린 시절의 아픔을 가지고 계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말이에요. 저는 억구 아저씨처럼 6.25전쟁세대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전쟁의 혼란 속에서 어릴 적부터 동네친구들과 계모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입었고, 아버지가 자신이 복수를 했던 득수의 동생의 손에 죽는 것을 봐야만했다는 사실에서 억구아저씨의 비극적인 삶을 느낄 수 있었어요.

어째뜬 아저씨가 늦었지만, 형사라는 신분으로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의무를 가지고도 그리고 아저씨의 소심한 성격을 벗어나 담을 넘을 수 있는 용기를 가졌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 드려요. 그런데 아저씨에게 한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억구 아저씨의 말에서 억구 아저씨는 아버지 산소에 가서 자살을 택할 것 같았는데 이왕 체포하지 않으실 거면 아저씨를 혼자 자살하도록 내버려 둔 게 안타까웠어요. 그래도 그것이 아저씨의 최선이었겠죠. ^^

저도 생각해보니까 살아가면서 아저씨처럼 담을 넘지 못하고 후회한 적이 많았던 거 같은데, 이런 각박한 세상에 담을 넘어서 아저씨처럼 인간에 대해서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아저씨, 아저씨가 억구 아저씨에게 내민 담배만큼 다른 사람의 삶을 따뜻하게 포용해 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길 조심스럽게 기대하면서 저는 이만 줄일게요. 인간적인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아저씨도 형사로서의 의무를 다 해주세요! 저도 학생으로서 열심히 살아갈 테니까요.

이렇게 따뜻한 봄날에 저의 짧은 생각이 담긴 편지를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몸 건강히 안녕히 계세요.

아저씨의 인간적인 면을 닮고싶은 소라가 아저씨께 형사 아저씨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