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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슬픈 야생동물 이야기를 읽고..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할 무렵이면 그들은 그 얘기를 한다. `개를 먹는 야만적인 사람들`이라고. 굳이 그들이 개를 걸고넘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그들의` 개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다른 동물들은 식용으로 사육되기 때문에 그 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지만, 개는 그들의 형제 자매이며 때론 아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속해있지 않은 동물들은 그저 동물일 뿐이다. 그들이 괴롭히고 소유하고 살육해도 아무런 죄책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동물일 뿐이다.
인간이 자연을 더 이상 어머니가 아닌 정복대상으로 인식하면서부터 자연에서 함께 어울리던 우리의 형제들과도 점차 멀어져간다. 그래서 어느 날 문득, 널따란 평원에서 힘차게 살아가고 있는 그들을 만나니 어색하다. 태초의 그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그들을 사람들은 형제로 인식하지 않는다. 그들의 존재는 애써 구별지어둔 자연과의 경계에 대한 위협이기도 하고 또한 정복의 연장선상에 있기도 하다. 이미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우리와 닮은 그들의 모습이 오히려 낯설다.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본능, 모성에 관한 이야기는 여느 드라마나 영화보다 깊은 여운을 남긴다. 새끼들을 잉태하고 먹이를 주어 기르며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엄마들의 모습은 우리들의 엄마들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그들은 더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는 산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으며 자식을 위해서는 어떤 일이든지 하는 용감무쌍함과 새끼들을 직접 교육시키는 부지런함까지 갖췄다. 어디 그 뿐이랴. 때가 되면 적당한 거리를 두어 자립시키는 현명함까지 갖췄다. 사람들이 위대하다고 칭찬해마지 않는 고귀한 모성-솜꼬리 토끼 몰리, 빅슨과 빨간 목깃털 메추라기는 우월감에 가득찬 우리들에게 어머니 앞에 서 있는 것 같은 숙연함을 느끼게 한다.
인간은 모두 존엄한 존재다. 또한 모두 평등하다. 다른 사람에게 지배받기 싫어하는 우리의 속성을 그들에게서 발견한 것은 사실 그리 놀랄 일은 아니…(생략)
다. 되려 그들을 사로잡아 가두려는 욕심이 어리석다. 검은 윤기가 흐르는 탄탄한 등에 비루하기 짝이 없는 칠면조발자국을 찍고 만 늙은 노인을 뒤로하고 60m 낭떠러지에 몸을 던진 야생마의 죽음은 태생적인 자유의 기운을 억압하려 했던 눈먼 인간의 이기심을 부끄럽게 한다. 교활하다고 비웃음을 당하는 여우는 독이든 미끼를 자식에게 던짐으로써 인간과의 타협을 거부한다. 인간을 이용했던 양몰이개 울리는 야생의 영혼을 가졌음이 틀림없다. 우리가 그들 위에 서있다고 착각하게 하는 것은 뛰어난 이성이 아니라 화약냄새 나는 총인 것이다.
애완동물은 인간 세상에 끼어 사는 것일 뿐 본래 그들의 삶이 아니다. 지도자와 규칙을 있는 신호와 의사소통이 엄연히 존재하는 그들 나름의 사회가 존재한다. 사회를 구성하고 이끌어나가며 사회의 안정을 위해 힘쓰는 것은 인간뿐만이 아니다. 위대한 지도자였던 은점박이 까마귀는 정치, 안보, 기술과 교육까지 완벽하게 수행했다. 늑대왕 르보는 애틋한 사랑을 가슴에 품은 정열적인 우두머리였다.
자연세상은 `먹이사슬`이라고 표현되는, 그 이름 이상의 훌륭한 삶의 원리가 모든 생명의 세계를 관장한다. 모든 동물에 삶의 방패막이가 되는 장점과 또 그만큼의 약점이 있고,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약점을 보완해나간다는 시이튼의 설명은 오래 전에 자연이라는 집을 나와버린 우리에게 예전의 기억을 환기시킨다. 뿐만 아니라 그들 곁으로 가 똑같은 눈높이에서 그들을 바라보라고 권유한다.
시이튼은 그들에게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했음이 틀림없다.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이라든지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굳은 의지와 종족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조직적인 사회까지. 그들은 잊고 있던 우리의 형제들이다. 그러면 이제부터라도 채식을 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간 만들어낸 훌륭한 무기를 장점 삼아 맛난 고기들을 계속 먹어야 하는 것일까. 개에게 옷을 입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아야 할까, 아니면 검은 갈기의 야생마에게 총을 겨누었던 사람들에게 물어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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