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도서 - 수학의 몽상 수학의 몽상 독후감

<수학에는 왕도가 있다.>
- “수학의 몽상”을 읽고 -
내가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이다. 교양과학서적에 흥미를 붙여서 여러 가지 책을 보다가 이 책을 보게 되었는데, 수학에 대해서 잘 모르던 초등학교 6학년 때에는 이 책이 그저 수학의 역사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인줄만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이 책을 읽어보니 더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만큼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단순한 돈 계산부터 복잡한 기계를 설계하는 엔지니어링까지 생활 깊숙이 수학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수학의 중요성을 별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수학’하면 복잡한 수식이나 공식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저자 이진경은 소위 ‘수학 혐오증’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수학에서 복잡한 수식은 모두 제거하고 ‘즐겁고 유…(생략)

철학자들이 세워 놓는 업적을 가볍게 만들어 설명한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만약 수학 혐오증을 가진 사람들이 이 책을 본다면 아마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수학을 더 혐오하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수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 보기에는 매우 재미있는 책이 될 것이다. 캘큘러스 박사와 메피스토가 영혼을 걸고 흥정하는 미적분학의 탄생 설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세계를 여행하는 부분, 무한의 개념을 통해서 집합론을 창시한 칸토어와의 인터뷰, 논리 컴퓨터 감옥 등을 통해서 다양한 수학적 개념들을 어렵지만 지루하지 않게 설명해서 이해를 돕고 있다.

수학은 그 자체가 학문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도 하지만, 다른 과학을 기술하는 언어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근대 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갈릴레이, 뉴턴, 아인슈타인을 비롯하여 모든 자연현상을 수학적으로 설명하려고 했던 많은 과학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수학 없는 과학은 단지 중세시대의 연금술사의 주문과 다르지 않다. 피사의 사탑에서 갈릴레이가 실험을 실제로 하지 않았고 사고실험만을 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다. 온갖 실험을 하며 실험과학을 발전시켰다는 연금술사들은 과학자가 아니고 갈릴레이는 ‘근대 과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이유는 갈릴레이가 운동이나 원리를 수학적인 공식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 역시 “ E=mc2 ” 라는 단 한 줄의 공식으로 질량-에너지 등가관계를 설명해 냈으며 다른 많은 현상들도 수식을 통하여 일반화시켰다. 그래서 그가 세계적인 물리학자로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만약 말로만 그 개념을 설명한다면 그것은 과학적으로 큰 가치를 갖지 못했을 것이며 그는 할 짓 없는 몽상가 취급을 받았을 지도 모른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빅뱅우주론이 성리학의 우주론보다 더 과학적이라고 하는 것은 왜일까? 빅뱅우주론은 수학의 손을 거쳤기 때문이다. 결국 수학을 거치면 모든 것은 과학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말한 수학들은 복잡하고 난해한 수식들을 연상시킨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학의 모습이 바로 이런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수학에는 다른 면도 있다. 수학은 철학과도 같으며 그 본질은 자유이다. 수학은 엄밀한 기초를 토대로 세워져 한 치의 틈도 내줄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수학은 예전부터 수많은 역설과 오류를 만나며 그것들을 해결하며 발전해왔고 또한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몇몇 수학자들의 엉뚱한 생각이 새로운 수학을 탄생시키고 발전시켰다. 그리고 괴델(G?del)은 모든 공리계가 공리만으로 참과 거짓을 판단할 수 없는 명제를 포함하고 있다는 불완전성 정리를 증명했다. 수학에는 절대적 진리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로 대립되는 수많은 다양한 이론과 명제들이 수학에서 공존할 수 있다. 기하학의 경우만 해도 유클리드 기하학 뿐만 아니라 리만 기하, 로바체프스키 기하 등이 존재하고 이들은 단지 다른 공리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유클리드 평면에서는 한점을 지나고 어떤 직선에 평행한 직선이 1개뿐이지만 다른 기하학에서는 무한히 많거나 아예 없을 수 있다. 그리고 수학자들이 항상 진리를 찾는 것도 아니다. 피타고라스는 유리수로 설명할 수 없는 무리수를 발견하자 그 사실을 비밀에 덮어두고 발설하는 사람을 죽이기까지 했다. 진리를 덮어두려 했던 것이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가 증명되었지만 모든 수학적 논리체계가 한순간에 붕괴된 것도 아니다. 기존의 유클리드 기하학과 다른 여러 기하학들이 평행선 공리가 부정되면서 만들어 졌듯이 괴델의 정리 역시 다른 종류의 수학을 만들 수 있는 계기 가 되었다. 인간적이며 자유분방한 학문이 바로 수학인 것이다. 수학을 연구하는 자가 인간이기 때문에 수학도 인간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수학에는 진리가 없다는 사실에 약간 충격을 받았었다. 수학이 진리가 아니라면 수학을 왜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나를 혼란스럽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절대적 진리라는 개념이 자체가 고정관념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인간 사회에도 절대적 진리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와 삶이 존재할 수 있고 또 그들이 서로 상호 작용하여 발전할 수 있는 것처럼 수학도 여러 가지 공리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어떠한 공리계도 불완전하다. 이는 공리계의 경계가 닫혀있지 않고 열려있다는 것을 뜻한다. 불완전성, 그것은 열린 경계를 뜻하는 것이고, 새로운 명제가 공리로서 들어와 앉을 수 있는 여백을 뜻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불완전함이 아름다운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