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전기 - `안중근 전기`를 읽고

‘안중근 전기’를 읽고
세계적으로 국가와 시대를 초월하여 많은 위인이 있지만 나는 안중근 의사를 가장 존경한다. 비록 짧은 생애였지만 민족의 앞날과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 그가 보여준 살신성인의 정신은 영원히 우리의 가슴에 살아 숨 쉴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까지는 그가 일본의 이토오 히로부미를 죽였고, 그로 인해 사형을 당했다는 정도가 내가 아는 안의사에 관한 전부였었다. 다만 그것이 의로운 행동이었다는 점에서 막연한 존경심을 가져왔을 따름이었다. 그러나 안중근 전기를 읽은 후로는 안중근 의사야말로 우리 민족의 영웅으로 추앙받기에 충분하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안중근 의사는 1879년 황해도 해주에서 출생하였다. 집안이 비교적 부유한데다, 유학적인 가통의 영향으로 한학을 수학하였으나 무술 익히기에 열중하였으며, 재주가 뛰어나 인근에서 신동으로 소문이 나는가 하면 일곱 살에는 벌써 말타…(생략)

중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일본의 이토오 히로부미가 하얼빈을 방문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안의사는 원수를 죽일 수 있는 천우신조의 기회로 판단하고 하얼빈 역에 잠입하여 사열을 받고 있는 이토오 히로부미에게 권총 세발을 쏘아 사살하는데 성공하게된다.
안의사는 이로 인해 일본인으로부터 재판을 받는 동안 의연한 태도와 떳떳한 자세로 일관하였다 한다. 재판관의 물음에 대한 대답은 답변이라기보다 자기가 품은 뜻을 숨김없이 발표하는 도도한 연설이었고 웅변이었으므로 언제나 저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였다. 그는 이토오 히로부미의 15가지 죄목을 제시하여 자신의 의거를 정당시하였으며, 한?중?일이 자주독립국으로서 서로 힘을 합하여 서양의 침략을 막아내자는 동양평화론을 역설하기도 하였다. 결국 안의사는 사형 선고를 받고 의거 다음해인 1910년 교수형을 당함으로써 머나먼 이국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 전기의 대강의 줄거리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그의 업적을 단순히 이토오를 죽였다는 외형적인 사실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흔히들 그가 독립운동 가로서 강인한 풍모를 먼저 떠올릴지 모르지만 그는 평생 인내를 좌우명으로 삼았던 온건한 평화주의자였으며, 애당초 교육을 일생의 숙원 사업으로 택한 개화 주의자였다.
그러나 의롭지 못한 일을 보았을 때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강직한 성품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노골적으로 자행되는 일본의 침략을 달리 저지할 방법이 없자 세계인의 양심에 호소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이토오 히로부미의 가슴에 총을 겨누었던 것이다. 그가 자주 썼던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 이익을 보면 옳은 일인지 생각하고 위기에 처하면 목숨을 바친다.)이라는 말은 그의 신조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 하겠다. 또한 상고를 포기하면서까지 죽음에 굴하지 않고 순수한 조국애로 일관한 그의 태도는 그를 가까이서 지켜봤던 일본인 재판관이나 간수들을 감화시킬 정도였다고 하니 그의 인품이 어떠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할 것이다. 더구나 안의사에 대한 추모나 재평가 작업이 일본에서 오히려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은 가슴 찡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로부터 한 세기가 지난 오늘날 우리의 사정은 어떠한가 ?
식민지 개척과 같은 전근대적인 조류와 사고는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분단의 짐만 하나 더 짊어진 채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끼어 있는 현실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본다. 책임 질줄 아는 사람이 더욱 아쉬운 요즈음 민족의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고 강대국과 견줄 수 있는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안중근 의사와 같이 진정으로 조국의 안위를 생각하는 마음을 본받아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또 한가지, 안의사의 유해가 묻힌 정확한 곳을 찾아내어 “내가 죽으면 조국 땅에 묻어 달라”고 유언했던 순국 직전의 소망을 하루빨리 이루어 드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