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전기 - 체 게바라 평전을 읽고 체게바라

체 게바라 평전을 읽고
무려 3개월의 긴 시간이 걸렸다. 나의 독서 버릇이 버스를 타면서, 길을 걸으면서, 화장실에 있으면서, 혹은 잠 자기 전 등등의 막간을 이용하는 편이라 오래 걸린 탓도 있겠지만, 무려 700페이지나 되고, 그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데다가 사회 주의 게릴라 혁명을 이끈 사람에 대한 글을 읽는다는 것이 그리 만만치 않았던 탓이겠다. 물론 장 코르미에라는 작가의 `체에 대한 거의 광신적 찬양조`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거부감을 이겨 가면서 힘겹게 힘겹게 읽고 나니, 머리 속에 많은 생각들이 맴돈다.
`체`를 읽으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왠지 독선적이고, 혁명 이론에 대한 광신적 믿음을 갖고 있으며, 작은 진보보다는 모두를 뜯어 바꾸려는 이 `체`라는 아집쟁이가 그처럼 역사 속에서 길이 남은 이유는 바로 `사랑`과 `행동`이 아닐까 하는.
아르헨티나에서 쿠바로 아프리카로 그리고…(생략)

빈민가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천사가 되어 있을까? 소록도로 들어가서 나환자를 돕지는 않을까?
만약에 그가 나와 같은 직장인이 되었다면 그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그는 아마도 회사 옥상에서 분신 자살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왜냐하면 진실을 알고, 주위 사람들을 진정으로 사랑해야 한다면, 그에게 진정한 자유와 삶의 행복을 되돌려 주려면, 그것을 위해 목숨도 바칠 수 있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따뜻한 격려의 말을 해 주거나, 함께 소주잔을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옥죄는 사회의 강건한 시스템에 저항하기 위해 모기같은 삶을 포기하며 자살을 택하는 것 이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가난한 사람과 함께 일생을 바친 `테레사 수녀`는 가난한 사람을 궁극적으로 해방하기 위해 투쟁한 `체 게바라`에 비하면 차라리 위선적이라고.
나는 `체`처럼 살고 싶진 않다. 그만큼 세상을 사랑하지도 못하고, 그만큼 이타적이고 헌신적이지도 못하다. 적정한 선에서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 것에 그저 만족하고 싶을 뿐이다. 그런 나를 보고 `체`가 `위선적`이라고 할 지라도 말이다. 비록 내가 나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고 단정짓는 상황이지만, 내가 알고 있는 사회 주의와 그가 알고 있는 사회 주의는 분명히 다르다. 나는 작은 것을 바꾸고 싶을 뿐이다. 혁명가라고 하기에는 좀 온순하며, 보수라고 하기에는 좀 과격한 그런 선에 나의 영혼을 걸어 보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결코 `체`를 미워할 수 없다. 그 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리얼리스트`가 되어야 하며,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갖고 살아야` 하므로. 그래야, 작은 편견, 작은 부당함, 작은 폭력으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