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울전에 대한 조사 금방울전

여성의 잠재된 바램의 투영- 금방울전

1. 들어가면서

금방울이 여러 가지 능력과 재주를 부려 사람들을 돕고 아름다운 선녀로 변하여 인연을 맺는 동화 같은 소설, 금방울전.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에는 어릴 적에 보았던 전래동화의 어렴풋한 기억과 재미만이 느껴져 발제문을 작성하기가 막막했다. 하지만 결국 조금씩 금방울전의 그 무엇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금방울전에는 동화 같은 이야기 그 이상의 것이 담겨져 있다. 금방울전은 당시의 남성중심 사회의 현실에 억압되어 있던 여성들의 잠재된 바램이 투영되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시각에서 금방울전을 살펴볼까 한다.

2. 금방울전

금방울전은 금방울로의 변신을 통해서 초월적인 힘을 지니게 된 여주인공이 스스로의 능력으로 전생의 인연을 되찾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변신을 통한 여성의 영웅적 활약이 흥미를 끄는 조선 후기의 작자 미상의 소설이다.
금…(생략)

3. 여성의 잠재된 바램의 투영

4. 마치며

주게 되었을 것이다. 이 시기의 소설은 사회의 변화에 따른 가치와 의식의 변화를 수용하고 형상화함으로써 독자층의 욕구를 충족시키게 되고, 여성 독자층의 확대는 소설의 창작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어 여성들의 의식이나 욕구를 반영한 소설들이 다수 창작되며, 능동적인 여성주인공의 활약이 두드러진 소설들이 창작된다.

여주인공인 금령의 일생을 중심으로 소설의 전개를 살펴본다면,
어머니 막씨는 죽은 남편 김삼랑의 혼과 교혼하였고, 금방울은 막씨에게서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에 의해 버림받았다. 금방울은 계속된 어머니의 거부 속에서도 스스로의 힘으로 막씨에게 되돌아와 막씨를 도우며 같이 살게 된다. 목손이 금방울을 훔치고, 금방울의 힘에 의해 화를 당한다. 이에 목손은 막씨와 금방울을 지현에게 참소한다. 금방울은 신통한 힘으로 장공을 깨닫게 한 후에, 죽은 장공 부인을 살린다. 해룡은 부모에게 버려지고, 장삼이 돌봐주나, 다른 가족에게 구박을 당한다. 금방울은 박해받는 해룡을 돕고, 해룡을 구하려다 괴물에게 먹히고, 괴물의 힘이 다하게 한다. 해룡은 괴물을 죽이고, 금선공주를 구하여 부마가 된다. 금령은 해룡을 위기에서 구해주고, 외적을 막고, 아름다운 선녀가 되어 금령공주로 황후의 양녀가 되어 해룡과 결혼하게 된다.

왜 하필 금방울인가?
인간 세상에 환생하게 되는데, 왜 하필 인간이 아닌 금방울로 태어나게 되는 것일까?
금은 예로부터 물이나 불에 넣어도 조금도 변하지 않기 때문에 불변과 항상성을 나타내며, 고귀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실제로 작품 속에서 금령은 태어나 물속에 버려지거나, 불속에 들어가도 변하지 않는다.(이는 자신이 지닌 힘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또한, 금령이 금방울로 태어난 것은 전생의 신분이 일반인과는 다른 고귀한 용왕의 딸이라는 즉, 범상치 않은 신비로운 존재라는 것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금방울로의 변신의 의미
금방울이란 존재. 이것은 금령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주체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하나의 전제가 되고 있다. 금령의 신비한 능력의 발휘는 금방울의 상태에서만이 가능하다. 금방울로 태어나기 전에, 금령은 선관들에게서 안개와 바람을 부리고, 힘을 쓸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는다. 이같은 초월적 힘은 고난을 당하고 있는 금령이 지향하는 방향에서 자신을 보조할 비현실적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금령의 초월성은 금방울의 활약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로서 여성의 잠재된 능력을 의미하고 있으며, 여주인공의 주체적인 활약을 강조하는 기능을 한다.
당시의 조선의 사회는 유교적 사상이 지배적인 남성중심의 사회였다. 이러한 사회적 조건 속에서는 아무리 소설이라도 여성이 직접적으로 나서서 적극적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그리는 것은 무리가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여성의 변신은 여성이 처한 사회적 제약을 극복하여 능동적이며 자유롭게 여성의 의지에 따른 활약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여성이 인간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변하여 공적 혹은 사적으로 자신이 직접 현실에 뛰어들어 능력을 펼침으로써, 조선의 현실에 위배되지 않고, 당대의 사회의 지배층 혹은 남성들로부터 즉각적으로 제기될 수 있는 거부감 내지는 비판을 어느 정도 무마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3. 여성의 잠재된 바램의 투영

3.1 여성의 영웅적 행위
여성의 영웅적 면모는 유교적 나라인 조선의 현실에서 여성들이 이룰 수 없었던 꿈의 형상화라 할 수 있다. 여성이 공적인 영역에서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는 과정을 통해서, 여성도 남성처럼 사회적 성취를 충분히 이룰 수 있는 능력과 소망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영웅적인 모습. 우선 영웅이란 무엇인가. 영웅은 일반적인 개인과는 차이가 있다. 개인은 자기 자신 혹은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을 위해 사적인 일을 하며 살아간다. 반면에 영웅은 `나` 자신을 위한 일에 앞서, 국가나 민족을 위해 공적인 일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또한 개인과 구별되는 영웅은 그 출발부터 평범한 인물과는 구별되는 존재이며, 그 과정 또한 끊임없이 개인과는 구별되는 특이한 삶을 꾸려간다.
금방울전의 여주인공은 영웅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 금령은 출생부터가 기이하다. 주인공인 금령은 남해 용왕의 딸로, 동해 용왕의 셋째 아들과 혼인을 하고 오다가 요괴를 만나 싸우다 죽게 된다. 금령은 원혼이 되어 인간 세상에 환생을 하게 되는데 처음에 `금방울`의 모습으로 태어난다. 그는 한 인간이 아닌 금방울로 세상에 나오는 것이다. 금방울의 삶 또한 평범하지는 않다. 금령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인 막씨에게 조차도 괴물 취급을 당하여 버려지기도 하지만 선관들에게서 받은 신비한 능력으로 삶을 살아간다.
이제 금방울의 영웅적 행위에 대하여 살펴보자. 첫째, 금방울은 `금터럭 돋힌 괴이한 짐승`에게 납치된 천자의 외동딸인 금선공주를 해룡과 함께 구해낸다. 둘째로, 금방울은 북노 천달이 나라를 침략해왔을 때, 그 도적들을 몰아내는데 기여한다. 이처럼, 한 나라의 공주를 구하고 외적의 침입을 막아 나라를 위하는 영웅적 행위를 금방울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금령의 행동은 당대의 사회참여가 불가능했던 조선 사회의 여인들에게 얼마나 통쾌함을 느끼게 했을까...
이쯤에서 금방울은 해룡에 대한 보조자의 역할을 했을 뿐이라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금방울은 해룡의 보조자적인 역할에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금방울전의 사건 진행의 동기와 전개는 주로 여주인공인 금령의 힘에 의해 이루어지며, 전체적인 이야기의 서술 구도도 금령에게 맞추어져 있다. 그리고, 금령이 없었더라면 해룡의 앞날은 어떻게 되었을지...의문이다. 금령의 능력이 해룡보다 뛰어난 것은 부인할 여지가 없는 것 같다. 해룡도 선계의 인물로 인간세상에 환생하였으나, 해룡에게는 신이한 능력이나 비범함은 보이지 않는다.
짐승에게 잡혀간 금선 공주를 구할 때, 금령이 아니었더라면 해룡은 생명을 유지하기조차 힘들었을 것이다.

`금터럭 돋힌 괴이한 짐승이 주홍 같은 입을 벌이고 달려들어 해룡을 물려 하였다. 해룡이 급히 피하려 하였는데 금령이 내달아 막으니,` (중략)
`그러나 금령이 아니었더라면 내가 어찌 살아났으리오?`

북노가 침입하여, 그들과 싸울 때에도 해룡은 적군의 계책에 빠져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다. 위기 속의 해룡은 자신의 능력으로 돌파하려는 어떤 적극적인 태도도 취하지도 않고, 탄식하며 죽으려고 한다. 그 시점에 만약 금령이 없었더라면 해룡은 그냥 죽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나갈 길을 막아 화세가 골짜기 안에 가득차 나갈 길이 없었다. 원수가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기를,
"적을 업수이 여겼다가 오늘 이곳에 와서 죽을 줄을 어찌 알았으리오?"
하고 칼을 빼어 자문하려 하였다. 문득 서남쪽에서 금빛이 떠들어오며 금령이 불빛을 무릅쓰고 돌아와 원수의 앞에서 찬바람을 지어 내니, 불이 원수의 앞에는 못 오고 다른 곳으로 물러갔다.`

이렇게 본다면, 금령은 해룡의 보조자가 아닌 영웅적 행위의 중심인물이라 할 수 있다.

3.2 상호보완적인 남녀의 일생
조선은 남성중심의 가부장적인 사회였다. 이러한 사회구도 속에서 남성들은 여성들을 지배적 종속적인 관계로 대하기 마련이었다. 금방울전에는 가부장적 관계로 억압된 여성들의 상호보완·조화적인 남녀관계에 대한 바램이 투영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영웅 소설에서 여성 주인공의 능력이 남성 주인공에 비해 월등히 높을 경우, 필연적으로 남녀의 대립과 갈등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금방울전에는 금령과 해룡간의 대립이나 갈등을 찾기가 어렵다. 이는 금령이 금방울인 상태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였기 때문인 것 같다. 여성이지만, 인간의 모습을 하지 않고, 금방울이라는 다른 모습으로 자신의 능력을 나타내며 해룡을 도와주었으므로 둘 사이에는 갈등을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인간 금령과 해룡의 관계는 갈등이 아닌 상호보완적인 조화로운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관계는 대부분의 고대소설에서 보이는 권위적이거나 지배적인 인간관계와는 차이가 있다. 금방울전에서는 남녀의 일생이 상호보완적으로 나타난다. (방울과 인간이라는 설정으로 인해 이러한 관계가 성립될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전생의 인연인 이들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로 이끌리는 것 같다. 금령의 어머니인 막씨조차도 처음에 금령을 괴이여겨 거부했는데 비해 해룡에게는 그러한 태도가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해룡은 금령과의 첫 만남을 무심하지 않은 일이라 여기며 마음속으로 매우 기뻐한다. 해룡은 금령과 함께 생활하며 금령을 인정한다. 또한 금령과 해룡은 자신들의 위기 상황을 함께 모면한다.(금령이 해룡을 먼저 도와주기는 하지만...) 금령이 해룡을 구해준 다음, 해룡은 금령의 도움에 힘입어 금선 공주를 구하며, 북노의 침입을 막아낸다. 해룡은 자신 단독의 능력으로 나라를 구한 것이 아니다. 해룡의 업적은 그 단독의 능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금령과의 공존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 외에도, 금령은 해룡에게 헤어진 부모와 만날 수 있는 족자를 갖다 주어, 해룡은 부모와 만날 수 있게 되며, 이로 인해 인간이 된 금령은 해룡과 다시 만나게 되어 결혼을 하게 된다.

3.3 신분상승과 결연
금방울 전에는 여성의 신분상승과 자신의 의지에 따른 결연에 대한 바램이 투영되어 있다. 남성중심의 유교적 사회 질서 속에서 여성은 그 사회적 지위나 위치가 남성들에게 종속되어 있었으므로 결연은 여성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초월성을 지니고 태어난 금령은 자신의 능력으로 신분상승과 전생에서 이루지 못한 결연을 능동적으로 이루고 있다. 인간 세상에서 금령은 과부인 막씨의 소생이다. 그대로 평범한 일생을 살았더라면 금령은 과부의 딸이라는 상대적으로 천한 신분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며, 가난한 집안이어서 형편 또한 좋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금령은 해룡과 만나고 나라에 공을 세우고 인연을 다해 선녀로 돌아와 황후의 양녀로 신분 상승하게 된다. 또한 전생의 인연이었던 해룡과 혼인하고, 부귀영화를 누리게 된다.

4. 마치며

동일한 작품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금방울전은 변신이라는 상징적인 장치를 통해서 여성의 주체적인 활약을 흥미있게 나타냄으로써, 당시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억압되어있던 여성의 능력과 욕구(사회적 참여, 상호 조화적인 관계, 스스로의 의지에 따른 신분상승과 결연 등등)를 투영하고 성취를 드러내는 작품이다. 이는 조선 후기 기존의 사회의식이 변화되어가고, 여성독자들이 확대됨에 따라, 여성들의 잠재된 능력과 바램들이 투영되어 나타난 것이 아닐까. 물론 이러한 여성의 바램들은 당대 사회에서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였을 것이며, 어쩌면 이러한 소설을 읽고 상반된 현실에 비추어 한계를 느낀 독자들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여성들이 자신들의 의식을 자각하고, 작품들이 이러한 여성의 바램들을 투영하여 나타났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